미국 중간선거 이후 인공지능(AI) 투자 위축 우려로 국내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가 코스피 장기 목표치 1만 포인트를 유지했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국내 증시가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지만 기업 실적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 증시 제도 개혁 등 구조적인 상승 동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에서다.
노무라는 6일 '한국 증시 개혁, 다음 단계로(Korea's market reform moving to next phase)'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코스피 목표치 1만을 기존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거시경제와 AI 관련 위험 요인을 반영해 향후 3개월 목표치는 7500~8000으로 제시했다. 이는 2027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 5.3~5.7배, 주가순자산비율(PBR) 1.5~1.6배를 적용한 수준이다. 장기 목표치 1만은 내년 예상 자기자본이익률(ROE) 31%를 전제로 2027년 예상 PER 7.1배를 적용해 산출했다.
신디 박 노무라 한국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주식시장은 과매도됐으나 펀더멘털은 견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노무라는 전날 코스피 종가인 5383을 기준으로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예상 실적 기준 PER은 3.8배, PBR은 1.1배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노무라가 제시한 국내 증시의 중장기 상승 동력은 네 가지다. AI 투자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과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확대, 상법 개정에 따른 주주권 강화, 기관투자자와 행동주의 투자자의 압력 확대 등이다.
우선 AI 투자 확대가 메모리와 서버 부품을 비롯해 원전, 전력기기 등 관련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불거진 AI 데이터센터 투자 위축 우려도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신디 박 센터장은 "중간선거 결과에 따른 AI 기업과 데이터센터 감독 강화로 인허가 규제가 까다로워질 수 있지만 데이터센터 건설이 취소되기보다는 지연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크다"며 "2028년 이후 메모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 역시 시장의 우려보다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력기기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도 견조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창원 노무라 아시아리서치 공동대표는 "연방정부 차원의 AI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 가능성은 낮지만 주정부 차원의 일시적인 중단은 가능하다"며 "민주당 내부에서도 AI 데이터센터 규제를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 확대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노무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양대 메모리 기업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국내 증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들어 국내 상장기업의 자사주 매입 발표 규모는 77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소각 규모는 62조원으로, 이미 2025년 수준의 3.5배에 달했다.
증시 제도 개혁 역시 중장기적인 상승 요인으로 제시했다. 노무라는 한국 증시 개혁이 법률 개정과 제도 마련 단계에서 실제 이행 단계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명문화됐으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소액주주의 이사회 구성 영향력 확대 등 주주권 보호 장치도 강화됐다는 평가다.
최근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기업공개(IPO) 검토 중단 사례처럼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기업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에도 주목했다.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으로 주요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활동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노무라는 "우선주와 보통주 간 가격 할인, 지주회사의 순자산가치(NAV) 할인 등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요인도 개선될 것"이라며 "두 현상 모두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기업 구조와 관련돼 있는 만큼 정부의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노무라가 선호 종목으로 제시한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삼성전기, 셀트리온, 현대모비스, 두산에너빌리티, 삼성SDS, HD현대마린솔루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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