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증시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평균주가가 역대 세 번째로 큰 하락폭을 기록하며 6만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지난 6월 사상 최고치보다 20% 넘게 떨어져 통상적인 약세장 진입 기준도 넘어섰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뒤 인공지능(AI) 규제 강화로 데이터센터 투자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미국 기술주 급락의 충격이 도쿄 시장을 덮치면서 AI·반도체주를 넘어 시장 전반으로 매도가 번졌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날 닛케이평균은 전날보다 3643.13포인트(5.96%) 하락한 5만7434.77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4월 13일(5만6502.8) 이후 7개월래 최저치이다. 포인트 기준 하락폭으로는 역대 세 번째로, '레이와(令和)의 블랙먼데이'로 불린 2024년 8월 5일(4451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닷새 연속 하락으로 이 기간 7224.70포인트(11.17%) 떨어졌다.
6월 25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7만2366)보다는 20.6% 낮다. 장중에는 한때 4300포인트 넘게 떨어져 5만6000선까지 밀렸다. 토픽스(TOPIX)도 232.40포인트(5.90%) 하락한 3707.99를 기록했고,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 상장 종목의 98%가 하락했다.
급락의 직접적인 계기는 전날 미국 기술주의 동반 하락이었다. 5일 미국 나스닥종합지수는 5.5% 떨어져 약 반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고, 주요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12.24% 급락했다. SOX 하락률은 코로나19 위기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가장 컸다. AMD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각각 17%, 엔비디아가 9% 하락했다. 매도세는 일본뿐 아니라 반도체주 비중이 큰 한국·대만 등 아시아 증시로도 번졌다.
닛케이는 미국 중간선거 이후 데이터센터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AI 관련주 매도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AI 규제에 적극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민주당은 데이터센터 건설이 다수 예정된 텍사스·오하이오 등의 주지사 선거에서도 승리했다. 전력·수자원을 대량 소비하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신설 제한이나 일시 중단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AI 인프라 투자가 둔화하면 반도체 장비·소재를 공급하는 일본 기업에도 역풍이 될 수 있다.
AI 기업의 상장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부담이 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달 후반 상장이 예정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앤트로픽이 다음 주 투자설명회를 개최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닛케이는 이 보도가 상장 연기 가능성을 떠올리게 하면서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고 전했다.
도쿄 시장에서는 AI 투자 확대의 수혜주로 꼽혔던 종목들이 집중적으로 매도됐다. 소프트뱅크그룹은 10.83% 떨어졌고, 장중 한때 약 1년 3개월 만의 최저치까지 밀렸다. 키옥시아홀딩스와 이비덴도 각각 8.72%, 8.61% 하락했다. 이비덴은 이틀 연속 장중 하한가를 기록했다. 데이터센터용 광섬유를 생산하는 후지쿠라는 장중 약 20% 급락해 연초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기도 했다. 지수 영향력이 큰 어드반테스트와 도쿄일렉트론은 장중 한때 10% 넘게 떨어졌다가 낙폭을 줄여 각각 4.99%, 5.60% 하락으로 마감했다.
노무라증권의 기타오카 도모치카 수석 주식전략가는 닛케이에 "투자자들이 특정 종목에 몰려 있다가 한꺼번에 빠져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거래 투자자들의 평가손실이 컸던 반도체 관련주에서는 추가 하락을 우려한 투매도 확산했다.
전날 자동차·소매주로 번졌던 매수세도 이날은 이어지지 못했다. 전날에는 관세 완화와 유가 하락 기대에 자금이 이들 업종으로 옮겨가면서 이들 종목은 강세를 보였다. 이에 시장에서는 주도주 교체 관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날은 전날 16.68% 급등했던 토요타가 5.52% 하락했고, 4.72% 올랐던 유니클로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이 3.79% 하락하는 등 비AI 종목에도 매도가 몰렸다.
토픽스도 닛케이평균과 비슷한 5.90%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닛케이평균 구성 종목 225개 가운데 오른 것은 실적 전망을 높인 다이킨공업 등 3개뿐이었다. 반도체주를 팔고 다른 업종을 사던 흐름이 업종을 가리지 않는 매도세로 바뀐 것이다.
주가 급락은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 전망에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시장의 금리 전망을 반영하는 오버나이트 인덱스 스와프(OIS) 시장에서 12월 금리 인상 확률은 이날 오전 한때 52%까지 낮아졌다.
미즈호증권의 고바야시 슌스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닛케이에 주가 하락이 기업의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어렵게 하고 가계 소비를 위축시키는 등 금융 긴축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가 불안이 이어지고 금융시장의 금리 인상 기대가 더 후퇴하면 일본은행도 금리 인상에 나서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업 실적에 비춰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발표되는 일본 주요 기업의 분기 실적에서는 호조를 보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와이코스모증권의 시마다 가즈아키 수석전략가는 닛케이에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이 모두 동결되는 것과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반영한 하락"이라며 과잉 반응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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