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공급! 공급! 공급!" 누구를 위한 공급대책인가

 
홍승우 건설부동산부 차장
홍승우 건설부동산부 차장

이번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 키워드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공급’이다.
 
정부는 지난해 9·7 공급대책에 이어 올해에도 도심 주택 공급 확대, 수도권 23만가구+α 추가 공급, 신규 택지 10만가구 이상 공급 등 잇따라 공급대책을 내놨다. 행정 절차를 줄이고 착공 시점을 앞당겨 부족한 주택을 빠르게 공급하겠다는 것이 공통된 방향이다.
 
논리는 간단하다. 서울과 수도권 수요에 비해 주택이 부족하니 공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당장 정부의 진단이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서울에서는 몇 년간 착공 물량이 줄었고 입주 물량 감소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 스스로도 최근 주택가격 상승의 한 원인으로 2022년 이후 착공 부진에 따른 입주 물량 감소를 지목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지금 공급하겠다고 발표하는 집은 대체 언제 시장에 나오는가. 그리고 그때 그 집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부동산 매매시장의 핵심 수요층은 통상 30·40대다. 20대에는 전월세 시장에 머물다가 결혼하거나 자녀를 낳으면서 주택을 구입하는 생애주기가 여전히 일반적이다.
 
정부 역시 공급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주요 수혜층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달 발표한 수도권 신규 택지 공급에서도 서울 주변에 주택을 공급해 청년·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주택은 발표한다고 바로 생기지 않는다.
 
택지를 지정하고 지구계획을 수립한 뒤 보상과 인허가를 거쳐 착공하고 실제 입주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신규 택지조차 목표는 ‘2030년 내 착공’이다. 입주는 그 이후다.
 
지금 스무 살인 청년이 서른 살이 되고, 지금 서른 살인 신혼부부가 마흔을 바라볼 때 지금 발표된 주택 가운데 상당수가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그때도 지금과 같은 주택 수요가 존재할까.
 
한국 인구구조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출생아 수 감소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졌고 향후 주택을 구입할 연령층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피하기 어려운 흐름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에 대해 지금과 전혀 다른 전망을 내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인구가 줄어든다고 서울 집값이 떨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가구 수와 소득, 일자리 집중, 지역별 선호도에 따라 핵심 지역의 수요는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처럼 모든 문제를 ‘공급 부족’이라는 하나의 공식으로 풀 수 있을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의 공급대책에는 ‘몇 가구’라는 숫자만 넘쳐난다. 실제로 수도권 23만가구+α, 신규 택지 10만가구 이상, 도심 6만가구 등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공급 목표가 더해진다.

하지만 집은 통계 속 숫자가 아니다. 청년이 취업하는 곳과 가까운지, 신혼부부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지, 실제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집이 필요한 시점에 공급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또한 여태껏 나온 공급대책이 현재의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지금 서른 살인 청년이 집이 필요한 시점은 10년 뒤가 아니라 당장일 가능성이 높다. 결혼과 출산을 고민하는 신혼부부에게 2030년 이후 착공될 주택은 오늘의 주거비 부담을 해결해주지 못한다.
 
정부가 ‘집값 안정’과 ‘청년 주거 안정’을 동시에 목표로 한다면 장기 공급계획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시장에 진입하려는 실수요자의 부담을 어떻게 낮출 것인지, 기존 주택시장의 거래와 임대차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정책도 함께 가야 한다.
 
공급 확대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공급의 속도, 방식 그리고 대상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다시 한번 정부에 묻는다. “누구를 위해, 언제까지, 어떤 집을 공급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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