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대통령의 귀가 쇠귀인 이유

김두일 선임기자
김두일 선임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8일 페이스북 글을 읽었다. 오 시장은 증시 폭락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높이고, 주가가 떨어지면 하루 손실률도 두 배로 커지는 상품의 출시를 허용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했다. 주가가 오를 때는 정부가 그토록 자랑하더니, 국민이 손실을 입고 정책의 근거를 묻는 지금은 왜 그때만큼 목소리가 크지 않은가.
 
첫째, 정부는 코스피 8000을 자기 성적표에 올렸다. 지난 금요일 코스피는 장중 5000선이 무너졌고, 거래가 한때 멈췄다. 미국 반도체주 하락도 영향을 줬다. 그렇다면 오를 때는 정부 정책이 얼마나 기여했고, 떨어질 때는 해외 시장의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 같은 잣대로 설명해야 한다. 선거 직전에 내려진 두 결정이 정말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면, 당시 검토한 자료를 공개하면 된다. 국민연금 가입자에게는 자기 노후자금이 어떤 판단 아래 운용되는지 알 권리가 있다.
 
둘째, 부동산 정책은 집을 사서 살 사람의 사정까지 너무 쉽게 한데 묶었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서울이라고 집값이 다 같은가. 거래가 과열된 동네도 있고, 사정이 다른 동네도 있다. 직장 때문에 이사해야 하는 사람, 아이 학교에 맞춰 집을 구하는 사람에게도 정부는 왜 그 동네까지 묶어야 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어디서 효과를 봤고, 어떤 기준으로 규제를 풀 것인지 답해야 한다.
 
셋째, 지난 6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조작기소 특검법'이다. 검찰이 사건을 꾸며 기소했다는 의혹은 밝혀야 한다. 그런데 이 특검의 수사 대상에는 현직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도 들어 있다. 특검이 대통령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를 어떤 장치로 막을 것인가. 국민들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묻고 있다. 여야가 뒤바뀌고 국민의힘 대통령의 사건이 걸려 있어도, 지금 이 법에 찬성하시겠는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 법안이 통과되자 거리로 나갔다. 7일 경복궁역 앞 규탄대회에 섰고, 국민의힘은 9일 청와대 앞 현장 최고위원회의와 1인 시위를 예고했다. 국민은 장 대표가 국민에게 직접 저항을 호소하기 시작한 이 장면에서 야권 대권 경쟁의 출발점을 본다. 당 대표로서 집회를 여는 것과, 지지층 밖의 국민에게까지 왜 이 싸움이 중요한지 납득시키는 것은 다른 일이다. 장 대표가 그 문턱을 넘는다면 대권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
 
국민들은 오세훈 시장에게도 말하고 싶은 게 있다. 이제 페이스북 정치는 그만하고 현장으로 나가라. 오늘 글에서 정부에 책임을 물었다면, 다음에는 시민 앞에 직접 서서 그 말을 하라. 장동혁이 먼저 나선 특검법 반대 현장에도 함께 서라. 그리고 현직 대통령의 사건을 다룰 때 어떤 원칙을 지켜야 하는지 자기 말로 밝혀라. 두 사람이 같은 문제를 놓고 각자의 판단을 국민 앞에 내놓는 순간, 야권의 대권 경쟁도 시작된다. 감나무 아래 서 있는다고 감이 제때 떨어지는 법은 없다.
 
이재명도 2016년 성남시장 시절 박근혜 탄핵 정국에 광장으로 나갔다. 그날 당장 대통령이 된 것은 아니지만, 그때 전국의 유권자들이 그를 대권주자로 보기 시작했다. 오 시장은 그 장면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민은 글을 읽고 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다. 그 생각에 얼마나 책임질 사람인지는, 정작 나서야 할 때 어디에 서는지를 보고 판단한다.
 
또 기자들은 이런 글 한 편으로 대통령이 귀를 열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도 쓰는 것이 기자다. 팩트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귀가 쇠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국민이 같은 질문을 거듭하는데도, 권력이 듣고 싶은 말에만 귀를 기울인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주가를 자랑할 때만 국민 앞에 서고, 집을 구하는 사람의 사정이나 자기 사건이 걸린 법안에 대한 질문은 흘려듣는다면, 국민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다. 대통령은 가장 듣기 싫은 질문부터 답하시라. 야당은 그 답을 들을 때까지 현장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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