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11일 외환은행이 외환카드와 합병과 관련해 위법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레이켄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이경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의 증인으로 나와 "외환카드 합병과 관련된 보고 내용 중 위법한 사실이 있었느냐"는 변호인의 신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그레이켄 회장은 "내일 당장 도산할 회사를 상대로 투자자들을 속이는 것은 맞지 않으며, 범죄 행위가 있다면 외환은행 인수에 투자된 12억달러의 사업 전체는 물론 전 세계 사업에도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2003년 11월20일 외환은행 이사회 결의 이후 엘리트 쇼트 부회장으로부터 "'감자를 전제로 한 합병 추진 등 3가지를 결의했다'는 보고를 받고, '감자'가 익숙한 개념이 아니었지만 외환카드의 적정 가치를 위해 이를 승인, 감자 사실을 발표하게 했다"며 감자설이 허위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나 외환은행이 이후 감자 없이 외환카드 합병을 결의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감자 과정에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25일 내지 26일께 엘리트 쇼트 부회장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보고 받고 감자없이 합병을 지지하도록 승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외환카드를 청산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으나, 금감원이 외환카드를 살려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고 이를 강하게 권고했다며 외환카드 합병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환카드 합병을 위해 투자한 돈은 모두 잃어버린 돈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론스타 입장에서는 외환은행 인수가 성공적이라 할 수 있지만, 외환은행 입장에서는 외환카드 합병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으며, 합병하지 않았다면 외환은행은 더 잘됐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자신만이 법적으로 론스타의 투자와 전략을 결정할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유회원 론스타 코리아 대표에 대해서는 "한국내에서의 부동산 투자를 찾는 업무를 맡으며, 유씨는 한국내 투자를 담당했던 스티븐 리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오후에 이어진 반대 신문에서 검찰은 론스타가 애당초 외환카드를 합병하려는 계획에 따라 외환카드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해 주가를 떨어뜨린 뒤 합병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지만, 그는 "외환카드가 도산되더라도 외환은행이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방침이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외환카드의 유동성 위기는 외환은행의 지원 중단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검찰 주장에 대해 "외환은행 때문이 아니라, 더 이상 대출을 하지 않는 채권 은행과 금융 업자들의 지원이 없었기 때문이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외환카드가 도산하면 외환은행이 일부 부정적 영향을 받지만 합병시에는 은행 전체에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외환카드 합병이 금감원의 압박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론스타의 자문사였던 씨티그룹 내부 이메일과 외환카드 합병에 관한 세밀한 계획이 담긴 프로젝트 스콰이어 문서를 제시하며 론스타가 이미 2003년 11월 이전에 합병에 관한 사항을 계획으로 갖고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레이켄 회장은 그러나 "이메일에 담긴 내용을 보고 받은 적이 없고, (검찰이 제시한 문서는) 씨티그룹 하부 직원이 작성한 메모인 것 같으며 우리의 방침은 아니다"고 피해갔다.
검찰의 날센 추궁은 이어져, 2006년 9월~11월 검찰 수사 당시 진술할 수 있었는데도 이제와서 진술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작년 11월 론스타에서 보낸 변호사가 공판에 들어와 재판 내용을 메모해 간 것은 그레이켄 회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한번도 증인으로 소환된 적이 없었고, 언제든지 답변할 의향이 있었다. 이번에 유회원 측에서 요청와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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