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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슈랑스 확대, "뛰는 일본, 기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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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2-2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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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이른바 방카슈랑스의 확대 시행을 놓고 일본과 한국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방카슈랑스를 전면 확대 시행한 일본의 경우 제도가 순조롭게 정착되면서 은행과 보험사가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국회가 방카슈랑스 4단계 도입을 철회하는 등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이 난항을 겪고 있다.

◆ 日, 방카 확대로 은행·보험 '윈-윈'

일본 금융감독청(FSA)은 지난해 12월22일부터 은행 창구에서 모든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난 2001년 주택대출보험과 해외여행보험에 대한 방카슈랑스 판매를 허용한 후 7년 만이다. 이번에 새롭게 편입된 상품은 자동차보험과 의료보험, 암보험, 종신보험 등이다.

특히 자동차보험의 경우 지방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창구판매에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에 비해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방은행들은 다른 보험상품보다 수수료가 높은 자동차보험 판매를 통해 수익성 개선을 노리고 있다.

일본 자동차보험료는 통상 10만엔 정도로 은행이 받는 수수료는 12~13% 수준이다.

중소형 및 외국계 손해보험사도 점유율 확대를 위해 지방은행과의 제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흥아손해보험의 자회사인 손포24손해보험은 지난해 12월부터 일본 혼슈 야마가타현을 근거지로 하는 쇼나이은행과 제휴를 맺고 자동차보험 판매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미야자키은행에서도 창구판매를 시작했다.

스위스계 취리히보험은 이달부터 센세이은행에서 판매를 개시했다. 프랑스계 AXA보험도 이달 들어 은행의 홈페이지를 통해 자동차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일본 지방은행과 중소형 손보사가 방카슈랑스 판매를 위해 공동전선을 구축한 것은 일종의 '윈-윈' 전략"이라며 "2002년 구조조정을 겪은 후 위상이 실추된 지방은행들과 대형 손보사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중소형 손보사가 방카슈랑스를 지렛대 삼아 도약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 韓, 표류하는 방카 4단계 도입 

방카슈랑스를 금융산업의 신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는 일본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을 둘러싸고 은행권과 보험업계가 격돌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자동차보험과 종신보험의 은행 창구판매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방카슈랑스 4단계 도입은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지난 19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금융심사소위는 회의를 열고 방카슈랑스 4단계 도입을 철회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대해 지난 2003년부터 방카슈랑스 4단계 시행을 준비해 온 은행권은 국회가 총선을 앞두고 보험업 종사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은행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방카슈랑스 4단계 도입이 무산되면서 은행들은 보험 판매시스템 구축에 사용된 270억원의 예산을 공중에 날리게 됐다.

반면 보험업계는 불완전 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고 보험설계사의 실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은행과 보험사의 밥그릇 다툼에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보험료 인하를 기대해 온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광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비용인하와 효율성 제고를 위해 금융업종 간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이번 논란을 여론 수렴을 위한 계기로 삼되 방카슈랑스를 후퇴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방카슈랑스 시행 이후 보험사들의 우려와는 달리 보험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하지 말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제 효과를 계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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