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새 정부 구성후 처음으로 열린 국무회의 화두는 물가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서민생활 안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소비자 물가가 최근 4개월 연속 3%대의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소득 대비 식료품비, 유류비 등 생활비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 부담이 커지고 취업자 증가규모 역시 지난 2005년 이후 20만명대 후반에서 정체되는 등 서민과 영세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정부는 출자총액제한제의 조기폐지로 재벌에 대한 규제완화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하는 한편 유류비․통신․통행요금 등 서민생활에 직결되는 생활비 부담 감면을 정책의 최우선으로 실시키로 했다.
정부는 오는 15일 서민생활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올해 경제운용방안도 마련, 공표함으로써 각 부처가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를 분명히 하고 이를 통해 불안해진 경제의 안정기조를 확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 금리동결로 대출부담 완화
정부는 일단 서민들이 많이 의존하는 국민주택기금의 주택담보대출을 연 5.2% 수준에서 동결,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불안정해진 금리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이는 지난 2006년 6월 연 4.7%에서 5.2%로 올린 이후 지난해 말 시중금리가 급등했을 때에도 올리지 않았던 것으로 올 들어서는 양도성예금증서(CD)를 비롯한 시중금리가 많이 내려갔지만 여전히 6% 후반대인 일반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같은 정부의 금리동결 결정은 저소득계층의 대출금리를 잡아놓음으로써 시장에 금리안정의 메시지를 주고 실제 이자부담을 많이 느끼는 서민층이 내집마련이나 전세금 마련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외에도 공적 주택금융을 확충, 서민의 대출기회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자금은 부부의 합산소득이 주택구입은 2천만원 이하, 전세금 대출은 3천만원 이하인 세대에 제공되며 대상주택도 85% 이하의 소형주택만 해당된다.
또 저소득층 가구의 전세자금도 별도로 제공되는데 이는 최저생계비의 2배 이하 소득계층이 60㎡ 이하 주택을 얻을 때 전세금의 70% 한도 내에서 제공된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시중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추세여서 금리 인하가 아닌 동결이 서민층에 실질적인 혜택이 되기는 힘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매점매석 끝까지 추적
정부는 서민생활 안정 대책으로 매점매석과 과다한 수준의 학원비 등을 “끝까지 추적해 단속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정부는 고철과 철근은 3월중 매점매석 품목으로 고시하고 밀가루 등 다른 급등 품목에 대해서도 조사를 거쳐 고시할 방침이다. 아울러 국세청 등 관계기관의 가격감세 체계도 '일회성'에서 업체별 담당관을 지정하는 ‘집중적’ 지도․단속 시스템으로 전환키로 했다.
이밖에 정부는 5일 1차 서민생활안정TF 회의를 개최해 비료와 사료 등 농자재, 밀가루, 지방공공요금 등 최근 가격이 크게 오른 품목에 대해 동향과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학원비와 관련,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학원수강료 표시제’의 이행 여부를 특별 점검하는 방안을 통해 사교육비 부담을 통제하기로 했다.
아울러 유류세 인하와 함께 석유제품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가격을 안정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4월까지 주유소 판매가격 실시간 공개를 시행하고 내년에 석유제품의 선물시장 상장을 추진키로 했다.
◇ '출총제 폐지' 속도
정부는 올 상반기 중 그동안 ‘기업투자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규제’로 비난 받아온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철폐하기로 함에 따라 관련 후속조치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출총제 폐지는 새 정부 출범전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던 데다 당선 이후 인수위 활동과정에서 폐지가 확정된 만큼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후속조치만 이뤄지면 된다. 공정위는 조만간 관련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출총제 폐지가 속도를 내더라도 재벌 폐해를 막을 사후적 감시를 위한 보완책을 마련할 것인지 여부와 상호출자제한제도 등 여타 재벌 관련 규제를 함께 없앨 것인지 등은 향후 과제로 남아있다.
출총제 폐지 대신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규제 완화를 중시하는 새 정부 정책기조상 어려워 보이지만, 재벌 규제를 대안도 없이 철폐하는 것은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 논란도 예상된다.
◇ 유류세 인하, 소비자 체감이 관건
국무회의는 3월중 휘발유와 경유 등의 유류세 탄력세율을 10% 인하하고 5월1일부터는 2년동안 한시적으로 택시용 LPG 유류세(ℓ당 170원)를 전액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기획재정부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개별소비세에 대한 탄력세율 적용을 확대하고 이에 따라 붙는 주행세와 교육세, 부가세 등의 인하 효과를 감안하면 휘발유와 경유의 소비자가격은 ℓ당 각각 82원과 58원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유류세 10% 인하시 현재 연 268만원 정도를 유류비로 쓰는 1천500~2천㏄ 승용차의 경우 연간 12만원 정도 절감되는 효과가 있으며 소비자물가를 0.21%포인트 낮추는 효과도 예상된다.
또 경차 연료에 부과된 유류세를 연간 10만원 안에서 환급하는 법안이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휘발유와 경유는 ℓ당 300원, LPG는 ℓ당 147원을 되돌려 받는다.
다만 정부는 주유소 판매가격 실시간 공개를 4월부터 시행하면서 석유제품의 유통비용 축소를 추진키로 했으나 주유소들의 반발 등에 따라 업계에서는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 경제운용방향 15일께 발표
‘경제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규정한 새 정부가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함에 따라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담은 경제운용방향도 15일까지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유류세 인하 등 5대 서민생활비 부담 경감 방안과 함께 감세와 규제완화, 서비스산업 생산성 제고 등을 위한 구체적 실천계획을 새로 만들어 경제운용방향에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강 장관은 지난달 29일 취임 후 “과학기술투자 GDP 5%로 확대, 첨단산업 발굴, 관광․의료 등 서비스산업의 혁신적인 발전, 규제완화와 감세에 의해 투자마인드 제고, 중소기업․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를 위한 지원조치 등을 추진해 경기 회복에 나서겠다고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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