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003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에 적신호가 켜졌다.
금융허브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투자공사(KIC)의 외국계 자산운용사 유치 실적과 자산운용 실적이 동반 부진을 겪고 있어서다.
4일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IC 설립 이후 국내로 들어온 외국계 자산운용사는 3곳으로 당초 정부가 기대했던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5년 KIC를 설립하면서 KIC에 위탁한 외화 자산을 해외 50대 자산운용사에 재위탁해 이들 자산운용사들이 한국에 들어오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금감원의 인허가를 받고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자산운용사는 15곳에 불과하며 KIC가 설립된 2005년 이후 국내에 들어온 업체는 JP모건과 ING자산운용, 다비하나인프라펀드 등 3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다비하나인프라펀드는 주로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는 업체로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국내 금융기관 간 경쟁을 촉발시킨다는 정부의 계획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또 2006년 국내 영업을 허가받은 ING자산운용은 지난해 랜드마크자산운용에 합병되면서 현재는 ING라는 상호만 남아있는 상태다.
우리나라의 외국계 자산운용사 유치 실적은 경쟁국인 싱가포르와 홍콩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해진다.
싱가포르의 경우 상장기업의 33%가 외국기업이고 홍콩에는 세계 100대 자산운용사 중 73개가 진출해 영업 중이다.
이에 대해 KIC와 금감원은 정부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외국계 자산운용사에 외화 자산 운용을 맡기면서 국내로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KIC 경영기획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정경제부가 KIC의 외화 자산을 이용해 외국계 자산운용사 유치를 시도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자산운용사 선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치기 때문에 선정 과정에서 한국 지사 설립을 요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KIC는 본연의 임무인 위탁 자산 운용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재 KIC의 운용자금 200억달러 가운데 지난해말 현재 실제로 투자된 금액은 148억달러에 머물고 있다. KIC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나머지 52억달러에 대한 투자 계획이 완료된다고 밝혔다.
KIC는 오는 2010년까지 운용자금 규모를 500억달러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출범 후 4년이 지나도록 초기 운용자금의 투자 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가로 들어올 위탁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국은행 내 자산운용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는 상황에서 KIC의 존재는 업무의 중복만 초래한다"며 "차라리 KIC를 폐지하고 한은의 자산운용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KIC가 부진을 겪고 있는 동안 국내 금융허브 경쟁력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지난달 29일 영국의 금융특구인 시티 산하단체 '시티 오브 런던 코퍼레이션'이 발표한 세계 금융센터지수(GFIC)에서 서울은 전체 평가대상 59개 도시 중 5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9월 조사 때의 42위보다 9단계 추락한 것이다.
영국 런던이 1위에 올랐고 미국 뉴욕이 2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를 두고 서울과 경쟁 중인 홍콩과 싱가포르는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서울은 일본 도쿄(9위)는 물론 두바이(24위) 상하이(31위) 바레인(39위) 베이징(46위) 카타르(47위) 뭄바이(48위) 오사카(50위) 등 대부분의 아시아 도시보다도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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