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범죄 키웠다…12억 배상해라"
대우증권과 대신증권이 코스닥 상장사인 보령메디앙스에서 일어난 70억원대 횡령 사건을 방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증권사는 고객이 맡긴 돈이 회사에서 몰래 빼돌린 것인 줄 알면서도 매매를 계속 하도록 도왔다.
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에 따르면 보령메디앙스는 불법횡령 방조를 이유로 대우증권과 대신증권을 상대로 낸 64억원 규모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최근 일부승소(12억원)했다.
보령메디앙스 경리직원이던 김모씨는 2005년 총 15회에 걸쳐 회사돈 75억5천만원을 횡령했다. 김씨는 대우증권과 대신증권에 계좌를 개설하고 각각 19억5천만원과 56억원을 빼돌려 선물.옵션 투자로 대부분을 날렸다.
두 증권사 감사실은 김씨가 횡령한 회사돈으로 거래한다는 사실을 해당지점 보고로 알고 있었다.
실제 대신증권 직원인 유모씨(당시 D지점 근무)는 김씨가 불법 횡령한 사실을 알아채고 지점장과 감사실에 보고했다.
그러나 지점장은 18회에 걸쳐 이체내역만 조사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범죄가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음에도 금융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두 증권사가 김씨의 15회에 달하는 불법혐의거래(1회 평균 약 5억원)를 인지하고도 금융정보분석원(FIU) 보고와 같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범죄를 조장했다고 판시했다.
대우증권과 대신증권은 '법원이 불법거래에 대한 FIU 보고의무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했다'는 입장이다.
한편 손해 당사자인 보령메디앙스는 실형을 받고 복역중인 김씨의 횡령 사실을 1년 넘게 몰랐다.
재무 전문가는 보령메디앙스에 심각한 내부통제 마비는 물론 불법 분식회계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보령메디앙스 관계자는 "김씨가 경리업무를 사실상 혼자 했다"며 "수금이나 외상장부에 수천만원씩 모자라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삼경회계법인은 보령메디앙스에 대한 최근 3년치 감사보고서에서 검토의견을 적정으로 달았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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