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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보험금 빼돌리기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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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3-1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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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사기 소송, 우선지급금 미지급, 소송비용 전가 금감원 특별검사 착수, 결과에 눈길 쏠려

#1
손 모씨(46 여)는 지난 2004년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장애 8급 판정을 받아 현재까지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치료비와 생활비가 필요했던 손씨는 가해자 측 손보사인 삼성화재에 서면으로 우선지급금을 신청했지만 삼성화재는 보험금 지급 여부를 놓고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다.

판결 결과에 따라 미리 지급한 치료비와 생활비를 다시 환수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생활보호대상자로 등록된 손씨는 생계 유지도 어려운 형편이다.

손씨가 치료비 및 생활비 명목으로 매월 지급받아야 할 금액은 223만원에 이른다.

#2

보험금을 과다하게 요구했다는 이유로 삼성화재가 소송을 제기했던 양 모씨(52세 남)는 판결이 난 후 최근 삼성화재로부터 받은 보험금 지급내역서를 보고 자기 눈을 의심했다.

총 지급액 3449만1420원 가운데 126만7440원이 심사수수료 및 소송비용 명목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보험금 삭감을 위해 소송을 제기한 삼성화재가 비용은 모두 피해자에게 전가시킨 셈이다.

삼성화재는 보험금에 책정되는 심사수수료와 소송비용 등의 구체적인 내역과 총금액은 밝힐 수 없다며 관련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3

부산에서 대파 농사를 짓는 박 모씨(61세 여)는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입원했지만 가해자 측 손보사인 동부화재해상보험은 박씨의 사업자 등록증이 없다는 이유로 보상을 거부했다.

부당하다고 느낀 박 모씨는 상경해 금융감독원에 민원실을 찾았지만 창구에 앉아있던 보험사 파견 직원은 민원 접수를 거부했다.

이후 동부화재는 박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걸어왔다.

부산지방법원은 동부화재가 박씨에 187만8221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보험표준약관에 농민에 대한 보상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17년간 농사를 지어 온 박씨의 휴업손실액을 일용직근로자와 동일하게 책정했다.

박씨는 즉각 항소를 제기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이 대형 손해보험사를 대상으로 보험금 지급 실태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이번 검사는 삼성화재가 미지급 보험금을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조준웅 특별검사팀 조사에 의해 드러나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에 따라 다른 손보사에서도 보험금 빼돌리기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손보사들은 보험금 지급 규모가 크다고 판단될 경우 보험금을 삭감하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기 위해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가입자들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경우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손보사가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손보사들이 보험사고 피해자를 대상으로 가장 빈번하게 제기하는 소송은 보험사기 소송과 채무부존재 소송이다.

피해자가 보험사기 혐의로 고소될 경우 승소 확률은 극히 낮은 편이다. 보험사기 여부를 조사하는 금감원 보험조사실에 20여명의 보험사 직원들이 상주하며 조사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무부존재 소송도 피해자에게 불리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필요한 치료비와 생계유지비를 걱정해야 하는 피해자들은 장기간 소송을 진행할 여력이 없어 대부분 삭감된 보험금을 제시하는 손보사의 설득에 넘어가게 된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법무팀 내에 수많은 변호사들을 거느린 손보사에 맞서 피해자가 오랜 시간 버티며 소송을 진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손보사들은 소송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당연히 지급해야 할 치료비와 생활비를 주지 않고 버티다가 피해자의 항복을 받아내고 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 2항은 보험사고 피해자와 보험사 간에 보험금 지급여부나 액수에 대한 재판 등 분쟁이 벌어지더라도 보험사는 피해자의 치료와 생계유지에 필요한 금액을 우선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손보사들은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이 조항을 지키지 않고 있다.

법무부 형사법제과 관계자는 "소송이나 분쟁 중에도 피해자의 치료는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으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제정됐다"며 "보험사가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분명한 위법 행위이지만 마땅한 처벌 조항이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심지어 손보사들은 보험금을 삭감하기 위해 진행하는 심사와 소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인지대 등의 비용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화재는 보험금 규모가 50~70만원 이상인 경우 심사전문가를 파견해 치료비 청구 내역 등의 적정성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심사수수료는 사업비에서 지출해야 하지만 삼성화재는 피해자의 보험금에 포함시키고 있다.

손보사들은 인지대와 송달료 등 소송을 시작하는데 드는 비용도 피해자의 보험금에 포함시켜 돈을 빼돌리고 있다.

지난 2005 회계연도의 경우 가장 많은 소송을 벌인 삼성화재의 경우 소송건수는 총 4297건으로 소송금액만 6850억원에 이른다.

소송가액 1억원당 약 50만원의 인지대 및 송달료가 부과되는 것을 감안하면 피해자가 대신 내주는 금액은 연간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보험소비자협회 관계자는 "보험사고 피해자들은 심신에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손보사와 분쟁조정 및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이중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며 "당장 생활을 걱정해야 하는 형편인데도 손보사의 각종 위법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법도 없는 실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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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대형 손해보험사를 대상으로 보험금 지급 실태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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