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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증권사 M&A에 '보이지 않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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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3-2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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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경쟁 유도해 인위적 구조조정"

정부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수수료의 출혈경쟁을 유도해 증권사간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려 한다는 의혹이 있어 주목된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은행 자회사인 하나대투증권(하나은행)과 대우증권(산업은행), 한누리증권(국민은행)은 이르면 4월부터 HTS 수수료율을 업계 최저치인 0.024%보다 무려 20.83%(-0.005%포인트) 낮은 0.019%까지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증권업계 일각은 정부가 은행에 속한 일부 증권사를 내세워 인위적인 증권산업 구조조정을 꾀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정부 영향력이 큰 은행계열 증권사가 파격적인 HTS 수수료 인하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사격=금융당국은 은행계열 증권사의 수수료 인하 방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의 HTS 수수료 인하 결정에 정부가 관여한 바는 없지만 금융산업 선진화라는 큰 틀 안에서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홍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도 국책은행 자회사인 대우증권이 최근 수수료 인하를 추진하자 '창조적 파괴'에 비유하며 일개 증권사의 영업전략을 이례적으로 추켜세운 바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가 은행계열 증권사를 앞세워 증권시장에 관치금융 의지를 불어넣고 인위적 M&A를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계열 증권사가 제시한 수수료율을 적용하면 대부분 증권사가 역마진을 감수해야 한다"며 "현재 업계 최저치에서 0.001%포인트만 인하해도 마케팅 효과가 상당할 텐데 추가 손실을 감수하면서 20% 넘게 내리는 배경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계열 증권사는 수수료 인하가 정부의 정책과 무관한 영업전략일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는 경영진의 주식위탁매매 강화 방침에 따른 것이다"며 "오는 4월부터 은행연계계좌를 보유한 고객에게 새로운 HTS 수수료율을 적용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공멸 vs 기우=파격적인 수수료 인하에 대한 증권업계의 해석은 '함께 망할 수 있다'와 '괜한 걱정에 불과하다'로 갈린다.

비은행계열 증권사는 온라인 증권사를 중심으로 은행계열 증권사와 수수료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은행연계 고객에 대해 수수료를 인하하면 증권사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주식위탁매매 영업이 은행으로 이동하면서 증권사의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은행계열 증권사 또한 점유율 확대보다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트레이드증권 관계자도 "당사의 경우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시장점유율을 2% 정도로 본다"며 "현재 3% 넘는 시장점유율을 지키고 있지만 증권사간 수수료 인하 경쟁이 본격화하면 역마진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계열 증권사는 수수료 인하가 증권업종의 수익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걱정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HTS를 사용하는 고객은 가격적 요소인 수수료보다 익숙함이나 신용공여와 같은 비가격적 요소에 더 민감하다"며 "수수료 인하가 당장 증권업계 시장점유율 판도를 뒤흔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반박했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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