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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건수 챙기기 꼼수에 소비자만 '골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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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3-2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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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보험료 인상 앞두고 계약 급증 '3월효과' 누려 잣대 없이 관행처럼 올려, 소비자 부담 가중

보험사들이 매년 3월이 되면 보험료를 올리고 이를 구실로 보험 계약을 늘리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3월 한 달간 보험사들의 계약 건수 챙기기에 동원되고 이후에는 인상된 보험료 부담을 떠 안아야 하는 등 보험사 간 실적 경쟁 틈바구니에서 희생양이 되고 있다.

23일 보험개발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매년 3월이 되면 보험 계약 건수가 급증하는 이른바 '3월효과'를 누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생보사들의 신계약 건수는 273만8000건으로 지난해 월평균 계약 건수인 234만9000건을 크게 웃돌았다. 3월 한 달 간 수입보험료는 34조2500억원으로 월평균인 29조3600억원보다 5조원 가량 많았다.

2006년 3월 신계약 건수도 296만5000건으로 월평균 계약 건수(235만5000건)보다 26% 가량 많았다. 보험업계에서 '3월효과'는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올해도 이같은 현상은 재연될 전망이다. 다음달 1일부터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일제히 보험료 인상에 나서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사 및 손해보험사가 판매하는 암 보험 등 보장성 보험상품의 보험료는 최대 35%까지 인상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기존에 보험료 책정 기준으로 사용된 보험개발원의 표준위험률 외에 각 보험사별 자체 경험위험률이 추가로 반영돼 보험료 인상 폭이 예년에 비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가 보험료를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예전보다 커진 것이다.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을 구실 삼아 계약 늘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3월에 신규 가입하는 고객에게 보장한도를 늘려주는 등의 혜택을 제공하며 보험설계사들의 영업을 독려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4월을 기점으로 보험료 인상에 나서는 것은 보험사 회계 결산 시점이 다른 금융사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회계연도는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다. 보험사의 4월은 다른 금융사의 1월과 같은 셈이다.

새로운 회계연도를 맞아 보험료 인상에 나선다고 하지만 보험사의 보험료 인상이 4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가입자가 가장 많은 상품 중 하나인 자동차 보험의 경우 지난해에만 무려 4차례나 보험료가 인상됐다.

지난해 1월 손보사들은 장기무사고 운전자가 보험료를 할인 받을 수 있는 시기를 12년으로 연장했다. 12년 동안 무사고 운전을 해야 보험료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손보사들은 이를 통해 약 25%의 보험료 인상 효과를 거뒀다.

또 지난해 2월에는 긴급출동서비스 비용을 인상했고 4월부터는 차종별로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방식으로 보험료 인상 효과를 누렸다. 9월에는 운전자의 교통법규를 위반 항목 및 횟수에 따라 보험료에 할증을 붙이는 교통법규위반경력요율을 최대 20% 올렸다.

2004년에는 2차례에 걸쳐 최고 5%의 보험료를 인상했고 2005년에는 긴급출동 보험료와 정비수가를 올리는 등 3차례나 보험료를 인상했다. 2006년에도 2차례 보험료를 인상했다.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인상하는 이유로 수익률 악화를 꼽고 있지만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생보업계의 경우 보험수지차는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보험수지차는 가입자에게 거둬들인 보험료 총액에서 실제로 지급한 보험금과 사업비를 뺀 금액이다.

생보사들의 보험수지차는 지난 2004회계연도에 11조8040억원에서 2005회계연도 14조8929억원, 2006회계연도 19조2184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소비자들을 볼모 삼아 계약 건수도 챙기고 보험료 인상 효과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보험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매년 보험료를 인상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은 다양한 통계로 증명되고 있다"며 "4월 보험료 인상은 계약 늘리기를 위한 관행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 동양생명 보험설계사(FC)도 "보험설계사들도 각 상품별로 얼마나 보험료가 오르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며 "다만 4월에 보험료가 오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고객에게 보험 가입 및 리모델링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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