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한국은행의 충돌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정부가 노골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한국은행은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점차 확대되고 있는 내외금리차가 직접적인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지만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을 바라보는 양측의 시각차가 더욱 큰 문제다.
◆재정부, 내외금리차 구실로 공세 나서=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중경 1차관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한미 정책금리 격차를 줄여야 한다면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강만수 장관은 25일 "한미 정책금리 격차가 2.75%포인트로 벌어진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며 "환율과 경상수지 적자 추이를 감안하면 어느 길로 가야할지는 자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중경 1차관도 26일 "낙차가 크면 급류가 흐르게 된다"며 "내외금리차가 벌어지면 외국자금도 급격히 흘러 들어오고 낙차가 해소되면 일거에 빠져나갈 수 있어 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재정부 수뇌부가 한은을 겨냥해 노골적으로 금리 인하를 주장한 셈이다.
특히 강 장관은 "재정부 장관은 통화정책에 대해 금융통화위원회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한은을 압박했다.
◆ 내외금리차 확대 영향력은 제한적=한은은 공식적인 대응을 피하고 있지만 재정부의 논리는 교과서에나 나올 일반론이라며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25일 한 강연에 참석해 "최근의 물가불안 현상은 정책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물가가 가장 중요한 만큼 물가상승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내외금리차로 외자가 급격히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외자 유입이 금리 격차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내외금리차 확대가 통화정책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지는 않는다"고 받아쳤다.
최근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자가 금리차만 보고 국내로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재정부가 언급한 내외금리차 부작용은 경제학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일반적인 논리"라고 말했다.
◆ 성장이냐 물가냐 그것이 문제로다=금리를 둘러싼 재정부와 한은의 충돌은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가운데 어느 쪽에 역점을 두느냐의 차이로 볼 수 있다.
재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로 잡은 만큼 경기 부양에 올인해야 할 입장이다. 특히 최근 경상수지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재정부를 더욱 다급하게 만들고있다.
재정부는 원화가치가 절하돼야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고 경상수지 적자도 함께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금리 인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한은은 재정부의 논리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를 내리면 수요를 진작시켜 수입을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경상수지 적자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면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는 만큼 경기 부양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기 어려운 반면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부작용만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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