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들어 약세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증시를 살릴 길은 무엇인가.
중국증시 회복을 위해 중국정부가 각종 부양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장기전망에 대한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지난 24일 중국정부는 그동안 기대해오던 주식거래세 인하조치를 취했다. 증시의 즉각 반응으로 주가는 무려 10% 가까이 올랐다. 투자자들도 모처럼 웃었다.
중국정부는 지난주 그동안 실시 시기만 저울질해오던 ‘주식거래세 인하’라는 극약요법을 내놓으면서 증시회복에 불길을 당겼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도 단기적인 처방책에 불과하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증시 전망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정부는 지난 24일부터 기존 0.3%이던 주식거래세를 0.1%로 낮췄다. 주식거래세는 주식을 사고 팔 때 내는 인세(印税)다. 세금을 낮추면 거래는 당연히 활발해진다.
거래세 인하조치 후 시장은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24일 상하이와 선전 증시는 모두 10% 가까운 상승율을 나타냈다.
그러나 거래세 인하가 증시부양에 미치는 영향이 오래갈 것인가에 대한 전망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하다. 조치 다음날인 25일 시장상황이 반등과 약보합을 거듭하는 혼조세를 보인 사실이 그렇다.
또 중국정부는 이번 거래세 인하에 앞서 비유통주 매각을 통해 시장살리기에 나섰다. 최근에는 ‘증권사 감독•관리 조례’, ‘증권사 위기대처 조례’ 등 증시 육성•발전을 위한 2개의 조례안도 마련했다.
중국정부의 이 같은 노력들이 중국증시의 장기적인 성장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전망에는 여전히 논란중이다. 증시 전문가들이 여전히 상반된 분석을 내놓고 있어서다.
지난해 10월 상하이종합지수는 6124로 중국증시가 찍은 최고점이다. 그러나 1분기 후인 올해초에는 5261로 뚝 떨어졌고 지난 3월말에는 3472로 반토막 장세를 기록했다. 이미 6개월 이상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22일에는 3000 아래까지 떨어져 버렸다.
1분기 하락폭이 무려 34%에 이른다. 이는 지난 1992년 하락폭 41% 이후 중국증시 사상 16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올해 하락세는 1992년 하락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비록 당시 하락폭이 더 컸지만 시장규모는 단지 수천억위안에 불과했다.
올해들어 나타난 증시침체는 미국발 금융위기, 수요공급 불균형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 증시규모는 무려 20조위안을 넘었다. 주식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만도 무려 1억명을 넘었을 정도다.
그러나 최근들어 중국증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심리적 불안감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하루 60여건에 이르던 주식계좌 개설건수는 이제 10여건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인민대 금융증권연구소 우샤오치우(吴晓求) 부소장은 “지난 1분기 폭락세는 매우 심각한 상황인데다 보기 드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올해들어 지난 1분기 동안 A주 시장에서 날아가버린 투자금액만도 12조위안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전국 GDP의 40%에 이르는 금액이다. 상하이증시는 지난해말부터 시작해 6개월도 되지 않아 45% 가량 바닥으로 떨어졌다.
중국증시 회복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여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한 투자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시세판을 쳐다보고 있다.
이로 인해 수많은 투자자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은 말할 수 없다. 이미 시장에 대해 회의를 품기 시작했고 공황상태도 점점 확산되고 있다. 중국정부가 증시부양에 노심초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일부 전문가는 증시의 주가 상승과 하락을 일반적인 현상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올해와 같이 지나친 상승과 하락은 비정상적이라는 것이 더욱 걱정거리다.
특히 올해는 투자자의 심리적 붕괴 현상이 크게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증시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무너지면 시장의 지속과 발전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는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중국 금융시스템의 경쟁력 부족으로 이어져 개방경제 체제하에서 전 국가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또 지난해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는 전세계 증시에 큰 영향을 미쳤다. 물론 중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1월 22일 전세계 증시폭락으로 상하이증시 주가는 하루 동안에만 354포인트가 내려앉았다.
이는 이제 중국증시가 세계시장과도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음을 잘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외부적 요인 외에도 증시정책, 특히 수요공급의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우선 IPO(기업공개), 비유통주, 유상증자, 차스닥 등 원인으로 증시의 물량공급 압박이 매우 크다. 또 불투명한 통화긴축 정책이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인민대 우샤오치우 부소장은 “중국 자본시장은 여전히 구조적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며 “자본시장 발전정책의 부조화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올해들어 나타난 단기적인 증시폭락 현상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미국의 금융위기, 수요공급 불균형 등 외에도 연초 발생한 폭설피해, 2월 수출증가율 급감, 통화팽창율 과다초과, 미숙한 투자자 의식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 전문가들은 중국증시의 미래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중국경제 자체에 있다고 주장한다. 올해 중국경제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여전히 성장단계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폭발적인 상승과 하락을 나타내는 불안정한 증시는 분명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나라의 경험에 비춰 보면 경제위기의 출현을 예상할 수 있다. 때문에 오히려 증시침체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증시의 안정성과 구조를 파괴하고 투자자 심리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된다.
중국증시에 반영되는 투자자들의 심리적 요인은 크다. 그만큼 시장상황에 따른 심리적 공황도 크게 나타난다.
이로 인해 증시회복을 위한 시장개입 여부에 대해 찬반논란도 일고 있다.
우선 증시는 스스로 부침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되고 개입할 수도 없다는 주장이다.
북경대 중국경제연구센터 후오더밍(霍德明) 교수는 “증시하락은 모두가 원치 않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정부가 증시구제에 나서는 건 도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 중아오(中欧)국제공상학원 쉬샤오니앤(许小年) 교수는 “중국 금융체계에 별 문제는 없다. 경제가 불경기도 아니다. 단지 증시가 비정상적인 높이에서 떨어진 것 뿐이다. 정부의 증시 구제책은 시장의 악순환만 초래할 뿐이다. 이는 결국 일반 투자자에게 피해를 안겨주게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증시구제 무용론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정부도 증시상황에 대해 일말의 책임이 있는 만큼 시장 스스로 회복이 불가능할 때 적극적인 시장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시장회복에 대한 믿음을 줘야만 어려운 국면을 이겨내고 중국경제 전체에 대한 신뢰를 상승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인민대 우샤오치우 부소장은 “정부는 절대 증시의 방관자가 아니다. 중국경제의 발전에서 금융시장, 자본시장의 개혁은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금융개혁에 대해 충분한 성장과 발전의 터전을 제공하고 필요한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는 당연히 정부가 나서 해야 할 일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증시구제 찬반여부를 떠나 현재 중국증시가 가진 문제점과 자본시장의 위상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본시장의 발전은 21세기 중국경제 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성장동력이 된다. 때문에 자본시장의 발전이 매우 중요한 데다 이를 통해 정확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건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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