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리는 '미국산 쇠고기 청문회'에서는 협상 내용을 정당화하려는 여당과 재협상을 요구하는 야당 간 한 판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과 증인으로 참석하는 정부 측 인사들은 시중에 떠도는 광우병 유언비어가 왜곡됐고 이번 협상 결과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에 따른 것임을 강조할 계획이다.
반면 야당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용 선물로 서둘러 협상을 타결하는 바람에 검역주권이 훼손됐다는 점을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 검역주권 후퇴했나 = 이번에 한미 정부가 합의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최대 쟁점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재발했을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는가 여부다.
야당은 합의문 4조에 따라 OIE가 미국의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를 하향 조정하지 않는 한 수입 중단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가 검역주권을 포기했다는 점을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여당과 정부 측은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가 향후 광우병 발생 가능성이 없다는 게 아니라 광우병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검역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을 내세울 방침이다.
광우병 발생과 검역 중단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또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연령표시 의무를 폐지해 등뼈 등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수입됐을 때 광우병 위험이 큰 30개월 이상의 소에서 나온 부위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도 양측이 맞붙을 부분이다.
여당과 정부는 월령 확인이 불가능한 SRM이 발견될 경우 해당 물량을 검역 불합격 처리해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미국 광우병 발생 가능성은 =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은 미국이 지난달 말 공포한 '동물성 사료' 강화 조치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입증하기에는 미흡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12개월 이상된 소의 SRM은 무조건 폐기토록 하고 있으며 일본은 모든 연령의 소에 대해 SRM 폐기를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동물성 사료' 강화 조치는 30개월 이상된 소에서 나온 뇌와 척수 등 2종류의 SRM만 사료로 사용치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소로 만든 사료를 소에게 먹이지 못하는 조치는 이미 지난 1997년부터 시행 중이며 이번에 미국 정부가 공포한 조치에 따라 소로 만든 사료를 돼지 등에도 사용할 수 없어 광우병 교차 감염을 막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라고 반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지난 2006년 이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적이 없다는 점과 재미동포를 비롯한 많은 미국인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안전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또 정부는 한국인이 인간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김용선 한림대 의대 교수의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한국인에 많은 MM형 유전자가 광우병 감염의 절대적 요인이 아니라는 점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 이번 합의는 정상회담 선물인가 = 야당은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한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고려해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서둘러 타결했다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협상을 더 하고 싶었고 더 할 게 있었지만 4월18일까지 맞추느라 일찍 타결지었다"는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쇠고기 협상 수석대표)의 발언을 예로 들며 "4월19일 한미 정상회담 일정에 맞추기 위해 정부가 미국 측 요구를 무조건 수용했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정부 측은 이번 협상이 한미 FTA나 정상회담과는 무관한 검역 차원의 협상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 재협상 가능할까 = 민주당 등 야당은 특별법 제정을 통해서라도 정부가 재협상에 나서도록 압박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합의문이 입법예고 단계로 아직 고시되지 않아 재협상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나라당도 6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발생 위험이 현저하다고 판단되거나 실제로 광우병이 발생했을 경우 수입 및 검역조건에 대한 재협상이 가능한지 여부를 정부에 문의했다.
그러나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정부가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의 통상 마찰이 우려된다"며 "광우병과 관련된 미국의 국제적 지위가 흔들리거나 다른 나라와의 협상 과정에서 현재 미국의 지위에 변화를 가져올 만한 과학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 한 재협상은 어렵다"고 말했다.
송혜승 기자 hssong0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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