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여진과 둑 붕괴...2차 재앙 악몽 현실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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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5-1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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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12일 발생한 쓰촨(四川)성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 복구 작업 및 구호를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는 가운데 잇따르는 강력한 여진과 자연호수 둑이 무너지는 ‘2차 재앙’으로 인한 추가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2일 원촨(汶川) 대지진 이후 17일 오후 8시까지 총 5천210차례의 여진이 발생했고 이중 규모 4도 이상의 여진이 146차례, 5급 이상 여진은 23차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18일 새벽에는 청두(成都) 북쪽 200㎞ 지점에 있는 장여우(江油)시에서 강도 6.0의 여진이 발생, 3명이 숨지고 1000여명이 부상했다. 이번 여진으로 장여우시 주택의 90%가 파괴됐고, 377km에 이르는 도로가 곳곳에서 파손되거나 막혔고 교량 6개도 부서졌다. 통신도 다시 두절됐다.

 

   
 
 



같은 날 오전에는 광위안(廣元)시 서쪽 80㎞ 지점에서 규모 6.1의 강진이 또다시 발생해 청두에서도 상당히 큰 규모로 감지되었다. 수천 명의 주민이 공포에 질려 긴급 대피했고 여진의 공포로 건물 안에서의 생활을 불안하게 생각한 청두의 시민들 수천 명은 캠핑촌을 방불케 할 만큼 곳곳에 텐트를 치고 밤을 지새고 있다.
 
박원서 한국상회 청두지회장은 "청두 시민들은 탕산(唐山) 대지진이 밤에 일어나 수많은 인명피해가 났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면서 "이 지역 주민들은 70% 이상이 밤에 집에 들어가지 않고 바깥에서 밤을 지새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강력한 여진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당국과 피해 지역 주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한편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18일 지진 피해 구조·복구 대책회의에서 앞으로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진 발생 예보 시스템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설상가상으로 쓰촨성 대지진 피해지역에 만들어진 자연호수 '언색호(堰塞湖)'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중국 국토자원부와 쓰촨성 수리청은 17일 지진으로 만들어진 자연호수 언색호가 베이촨(北川)현에 8개, 칭촨(靑川)현 5개, 스팡(什방<方+阜) 등 쓰촨성 일대에 18개에 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언색호란 화산 용암 분출이나 지진 활동 등으로 산이 붕괴면서 강의 흐름을 막아 형성되는 자연호수로 영원불변의 고정된 호수가 아니라 침식이나 용해 등으로 쉽게 무너져 홍수를 유발할 수 있다. 문제는 이번 대지진 피해지역에 연일 비가 내리면서 호수 수위가 높아지고 연일 발생하는 여진으로 연약한 둑이 갈라지고 있어 주민들이 대지진에 이어 홍수에 매몰되는 2차 재앙의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이번 지진으로 광위안시 칭촨현에 만들어진 최대의 언색호가 18일 새벽 5시(현지시각)께부터 자연 붕괴를 시작하면서 물줄기가 터져나가자 하류지역 주민 3만명이 긴급 대피하고 있다. 이 언색호는 둑 높이만 무려 40∼50m에 달하며 평균 수위가 15-18m 정도고 상류 지역까지의 길이가 5∼7㎞에 이르며 저장하고 있는 물의 양이 500만∼700만㎥ 정도인 초대형 자연호수다.

전문가들은 이 언색호의 수위가 3m만 더 올라가면 하류지역 40㎞까지 5m 높이의 물길이 만들어질 것이라면서 하류지역에 사는 칭촨현 주민 등 3만명의 목숨을 위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지진희생자 애도를 위해 국기가 반기로 게양된 톈안먼 국기게양대에서 행진하는 중국 전투경찰. /AP=연합
한편 쓰촨성 수리청은 칭촨현과 베이촨현 등에 새로 만들어진 언색호마다 2명 이상의 전문가들을 상주시킨 채 인민해방군의 협조를 받아 정밀검사를 실시하면서 24시간 감시체제에 들어갔다.

쓰촨성 지질광산국은 긴급회의를 열고 쓰촨성 일대 언색호들이 5월 말이나 6월 초에 대부분 붕괴하면서 하류지역을 매몰할 위험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언색호 상류의 물을 빼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이에 앞서 쓰촨성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베이촨현 차핑(茶坪) 마을의 저수지 댐이 17일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붕괴 조짐을 보이자 수천 명의 주민들이 중상자 46명을 버린 채 고지대로 대피했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이날 "17일 오후 2시 현재 사망자는 쓰촨성 2만8천389명, 간쑤(甘肅)성 364명, 산시(陝西)성 109명 등 모두 2만8천881명이며 부상자는 19만8천347명"이라고 발표했다. 로이터는 18일 중국 정부가 이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3만2천477명으로 집계했다고 전했다.

현재 쓰촨성 일대 지진 피해현장에 매몰된 주민들이 1만여명을 넘어서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대지진으로 인한 최종 사망자는 중국 정부의 당초 추산 대로 5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또 원촨현 잉슈(映秀)진에서 주민 57명이 구조되고 베이촨(北川)현 병원건물 더미에서 139시간 만에 생존자가 구조되는 사례가 있긴 했지만 사고 발생 6일이 되도록 구조된 총 인원수는 그다지 많지 않다.

행여 생존자가 있을까 무너진 건물 더미를 조심스럽게 뒤지고 다니던 구조팀도 이제는 희망을 접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다 보니 복구 작업의 초점도 매몰자 구출보다는 시신 수습과 전염병 발생 차단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한편, 중국 당국의 구조와 구호의 손길이 피해가 극심한 지역에 집중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지역의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진앙지인 원촨현을 비롯해 인근 몐양(綿陽)시와 시 관할의 베이촨(北川)현, 몐주(綿竹)시 등에는 수천명의 사망자와 함께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산피해가 나 구조작업과 구호물자 수송도 이들 지역에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보다는 피해규모가 적지만 따지고 보면 막대한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인 다른 지역은 상대적으로 구조의 손길이 덜 미침으로써 상대적인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언론의 관심 역시 피해가 극심한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쓰촨성 정부 외사판공실의 한 간부는 19일 "펑저우 시를 비롯해 쓰촨성의 대부분 지역에서 막대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났다"면서 "그러나 피해가 집중된 지역에 대한 구조 및 피해복구 작업이 우선시되다 보니 펑저우시를 비롯한 다른 지역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물과 음식, 약품 등인데 이런 구호물자들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17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피해지역을 시찰하면서 펑저우시 룽먼산(龍門山) 지역을 시찰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중앙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했다.

 진앙지인 원촨에서 40㎞밖에 떨어지지 않은 펑저우(彭州)시의 경우는 지진피해로 890명이 사망하고 3천129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599명이 실종되는 인명피해가 났다. 재산피해도 막대해 주택 10만채가 파손되고 47만9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액만 180여억위안(2조7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중국 지진희생자추모를 위해 19일(현지시간) 베이징 톈안문 광장의 오성홍기가 반기로 게양됐다. /AFP=연합


  2010명이 사망한 원촨현을 비롯해 베이촨현 8410명, 핑우(平武)현 1200명, 멘주 6730명, 스팡 3410명, 두장옌(都江堰) 3060명 등 사망자가 일부 지역에 집중되긴 했지만 펑저우, 광위안(廣元)시, 수이닝시(遂寧)시 야안(雅安)시, 즈양(資陽)시, 난충(南充)시, 메이산(眉山)시, 간쯔(甘孜)시, 바중(巴中)시, 러산(樂山)시 등 쓰촨성 각지에서 많게는 2000여명에서 적게는 10명 내외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큰 피해가 난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처참한 구조 현장 상황과는 별개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공산당과 국무원을 대표해 국제사회로부터 밀려오는 온정의 손길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중국 연예인과 저명인사들도 18일 밤 중국 국영 CCTV가 마련한 생방송 TV쇼에 출연,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15억1천만 위안(미화 2억1천6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이날 프로그램에서 참석자들은 지진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건물 잔해 더미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매몰자들에게 격려를 보냈다.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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