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돈가뭄' 현실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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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5-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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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니무브·대출확대로 자금 이탈 심각 시장성수신 급증 수익성 악화도 우려

지난해 은행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돈가뭄'이 올해에도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신 잔액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무리하게 대출 확대 경쟁을 벌이면서 은행권 자금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조달비용이 비싼 시장성 수신으로 부족한 대출 재원을 채우고 있어 수익성 악화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수신 규모는 올 들어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은행권의 특판예금 판매가 대부분 종료된데다 최근 국내 증시가 조정 국면에서 벗어나면서 증시로 빠져나가는 자금이 늘고 있어서다.

실제로 은행권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1월 20조원 가량 증가했다가 2월 3조1000억원, 3월 1조7000억원으로 증가폭이 급감했다.

반면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은 크게 늘고 있다. 주식형 수익증권으로 유입된 자금은 지난달에만 4조100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주식형 펀드 잔액도 2월 131조2000억원에서 4월 140조원으로 급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은행들은 대출 확대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격차에 따른 이자수익)에 매달리고 있어서다.

올 들어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은 2월 4조1000억원, 3월 6조9000억원, 4월 10조9000억원으로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은행권의 예대율(총대출금/총예수금)은 올 1분기 88.0%로 전년 동기 대비 3.9%나 증가했다.

예대율 증가는 은행으로 유입되는 돈보다 대출 등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들이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당연하다.

은행들은 부족한 대출 재원을 시장성 수신 확대로 메우고 있다.

4월 말 은행권의 시장성 수신 잔액은 283조2570억원으로 정기예금 잔액(306조7653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 등을 발행해 조달하는 시장성 수신은 일반 예금보다 자금 조달비용이 비싼 만큼 시장성 수신이 증가하면 은행들은 수익성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은행권의 수익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2.44에서 올 1분기 2.38로 악화됐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이상 은행들은 대출 경쟁을 자제하고 자금 관리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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