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가 부쩍 늘면서 시공사 선정이 잇따르고 있다. 리모델링 가능 연한이 완화된 데다 재건축 규제완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노후도 등을 감안할 때 하루라도 빨리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분양시장과 재건축·재개발시장의 침체 속에 고전하고 있는 건설사들도 새로운 유망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리모델링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 강남·북 시공사 선정단지 '봇물'=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강남을 비롯해 강북권에서 노후 단지들의 리모델링 시공사 선정이 줄을 잇고 있다. 규제 완화 기대감이 꺾이면서 수익성이 불투명한 재건축사업 대신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잇는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총 2000억원 규모의 서울 강남 개포 대치2단지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했다. 총 1753가구인 이 아파트는 기존 용적률을 173.93%에서 246%로 늘린다. 현대산업개발은 또 강남 수서 동익아파트(330가구) 시공사 입찰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단지의 시공사는 이번 주말에 결정된다.
대림산업은 지난 24일 강남구 개포 우성9차(232가구) 시공사로 선정됐다. 지난 1991년 완공된 개포동 우성9차는 총 232가구로 용적률이 249.3%에 달해 재건축이 어려웠다. 대림산업은 또 지난달 평촌 목련 2단지 대우선경아파트(994가구)의 리모델링 시공권을 따낸 바 있고, 구로구 중앙 구로하이츠 리모델링 사업에도 단독으로 참여해 수주 전망이 밝다.
쌍용건설은 올해에만 자양 우성 2차(405가구), 강서구 염창동 우성3차(196가구), 영등포구 대림동 신동아아파트(591가구), 강동구 명일동 삼익가든(768가구) 리모델링 우선협상대상자 및 시공사로 선정됐다. 또 3870가구에 달하는 경기도 수원시 정자동 동신1-3차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의 CM(건설사업관리)도 맡는다.
대우건설은 올해 송파구 송파동 성지아파트(298가구)와 안양 동안구 호계동 목련 3단지 우성아파트(902가구)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리모델링 추진 부작용도=리모델링 사업이 활기를 띄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시공사 선정이 과열되면서 경쟁 업체간 비방전도 불거지고 있다. 실제 최근 시공사를 선정한 자양 우성 2차 아파트의 경우 우선협상자 지위 무효 소송이 거론되는 등 법정 문제로 비화될 조짐이다.
또 실제 리모델링보다는 시공사 선정을 집값 상승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단지도 적지 않다. 이는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법적 구속력이 없고 설립, 해체가 자유롭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추진을 집값 상승의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도 있다. A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을 추진한다는 소문을 의도적으로 내고 집값만 올리고 후속사업이 지지부진한 곳이 적지 않다"며 "실제 리모델링을 할 의지가 있는 곳인지 집값 상승이 목적인지 의심스러운 곳이 더러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이 재건축의 대안으로 인식되면서 투자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건축비를 주민들이 떠안아야 하고 집값 상승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리모델링 아파트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민지 기자 choimj@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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