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사마' 배용준이 1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2008 태왕사신기 프리미엄 이벤트'에 참석한 후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있다. |
'욘사마' 배용준(36)의 몸짓과 말 한 마디에 3만5천 관객이 웃고 울었다. 배용준은 부드러운 목소리와 감동적인 코멘트로 감사의 마음을 드러냈고, 일본과 중국, 홍콩, 대만 등에서 몰려 온 팬들은 3년 만에 일본에서 공식 행사에 참석한 배용준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며 감격했다.
배용준과 이지아, 문소리, 김종학 PD 등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출연ㆍ제작진이 참석한 '2008 태왕사신기 프리미엄 이벤트'가 1일 오후 2시20분부터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3시간 동안 화려하게 펼쳐졌다.
이날 행사는 NHK TV에서 전파를 타고 있는 '태왕사신기'를 홍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배용준으로서는 2005년 8월 사이타마현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영화 '외출'의 프리미어 이벤트 이후 처음으로 참석한 일본 공식 행사라 의미가 남다른 무대였다.
이 이벤트에는 3만5천여 관객이 참석했고, 배용준의 소속사 BOF에 따르면 관객들은 3대1의 추첨 경쟁을 뚫고 입장권을 손에 넣었다. 또 행사는 위성을 일본 전역 13개 극장에 생중계됐다.
행사는 이지아, 문소리, 이필립, 박성웅, 오광록 등 드라마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먼저 무대에 오른 후 역시 드라마 의상 차림의 배용준이 등장하며 막을 올렸다. 배용준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자 관객은 파란색 야광봉을 일제히 흔들며 뜨거운 환호를 보내 웅장한 규모의 교세라 돔은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이어 100여 명의 무술 연기자들이 가세한 화려한 액션 장면이 펼쳐졌다.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에 출연했던 이들은 '태왕사신기'의 의상을 입고 와이어 액션을 비롯한 사실감 넘치는 군무를 펼쳤다.
아나운서 오무라 마사키와 연극 배우 김태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김종학 PD가 가장 먼저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오늘은 내 연출 인생에서 가장 눈물 겹고 아름다운 순간"이라며 "촬영 도중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고통스러운 순간이 있었지만 여러분이 있어서 촬영을 잘 마치게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욘사마는 말에서 떨어지고 (무릎) 인대를 다치는 등의 부상으로 종영을 앞두고는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우리는 그 상황에서 드라마 엔딩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지만 욘사마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그런 욘사마에게 다시 한 번 존경을 보낸다"고 덧붙였다.
김 PD의 소개로 '태왕사신기'의 O.S.T를 담당한 '일본의 국보 음악 감독' 히사이시 조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김 PD와 포옹을 하며 반가움을 드러낸 후 80인조 오사카 센추리 교향악단을 지휘했다.
히사이시 조는 스크린에 펼쳐진 드라마 영상을 배경으로 애절하고 장엄한 드라마 음악 4곡을 선보였다. 또 '수지니의 테마'는 직접 피아노 독주로 연주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배용준을 비롯한 출연진이 세련된 정장으로 바꿔 입고 무대에 다시 올랐다. 배용준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일본어로 말문을 연 후 "오랜만에 일본 가족 여러분을 만나게 돼 기쁘고 반갑다. 항상 진심으로 성원을 보내주신 여러분께 이렇게 작품으로 찾아올 수 있게 됐다"라고 일본어로 소감을 이어갔다.
또 한국어로 "극중 캐릭터 '담덕'은 전쟁보다 사람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 시대에 필요한 지도자"라며 "위대한 사람을 연기하다 보니 배울 점도 많았고 스스로 많이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극중 캐릭터를 소개했다.
배용준은 촬영 도중 힘들었던 점에 대해 "갑옷이 무거워서 힘들었고 역사 속 인물을 연기하다 보니 시청자의 선입견을 극복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며 "청년 담덕이 개인적인 아픔을 이겨내며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야했는데 그런 성장과정을 놓치지 않고 표현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서는 "'죽지 마라. 어떻게든 살아 남아라. 그것이 너희 왕의 명령이다'라는 대사가 있다"며 "이 대사가 왕의 의지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배용준은 또 "촬영을 하다가 세 번 다쳤는데 처음 다쳤을 때는 내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이 속상했고 두 번째 때는 동료와 스태프에게 미안했다"며 "세 번째 다치고 나자 모든 것을 초월해 정신적으로 더 강해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극중 주무치 역을 맡았던 박성웅은 "이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멜로 연기를 했고, 상대역인 달비(신은정)와 키스신도 찍었다"며 극중 연인인 신은정과의 촬영 에피소드를 소개한 후 "(덕분에 신은정 씨와) 지금 좋은 만남을 갖고 있다. (신은정 씨는) 지금 내 여자가 돼 있다"며 열애 사실을 공개했다.
문소리는 "고통스러운 운명을 갖고 태어난 기하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느라 촬영하며 많이 울었다"며 "그 때 울었기 때문에 지금 여러분을 만나서 웃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수지니 역의 이지아는 유창한 일본어로 관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겨울에 여름 의상을 입고 춥지 않은 척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이 어려웠다"며 "감정 신을 소화하기에도 벅찬 내가 날씨와도 싸워야 했다"고 전했다.
현고 역의 오광록은 "2002년 도자기 영화를 찍으러 일본에 와 오사카, 교토 등에서 촬영했다"고 오사카에 얽힌 인연을 소개했고, 이필립도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 영상을 배경으로 극중 처로 역을 소개했다.
무대는 4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웅장한 규모를 자랑했다. 300인치의 대형 스크린을 중심으로 좌우에 설치된 LED 스크린이 무대 위의 배우와 드라마 영상 등을 선보였다.
행사는 출연진이 차량을 타고 공연장 내부를 천천히 돌며 관객에게 인사를 하는 것으로 클라이맥스로 향했다. 배용준은 차량 위에서 팬들을 카메라로 직접 촬영하는 등 미소를 잃지 않은 채 팬의 환대에 응답했다.
이어 배우들은 차례로 무대에 올라 근황 및 활동 계획 등을 전했으며 배용준은 차기작을 묻는 질문에 "드라마 '겨울연가'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목소리 연기로 참여할 것이며 이를 통해 또 다른 감동과 여운을 주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기획 중이며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전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그가 차기 출연작으로 언급한 작품은 와인을 다룬 만화 '신의 물방울'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알려져 있다.
히로시마에서 왔다는 60대 일본 팬 우에다 요코 씨는 "욘사마는 자신에게는 엄격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는 친절한 것 같다"며 "그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이츠현에서 온 미우라 데루요(45)도 "욘사마를 만나고 싶어서 서울에 세 번이나 갔다"며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인상 깊게 봤으며, 배용준은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는 분"이라고 밝혔다.
'태왕사신기' 일행은 이 행사 후 4일 도쿄에서 NHK가 주최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NHK 특별 방송도 녹화한다. 특히 배용준은 5일 8시간에 걸쳐 일본 언론과 인터뷰를 가질 예정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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