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고 있는 국제유가로 고통 받고 있는 서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 8일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고유가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저소득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를 위해 10조원 수준의 고유가 극복 종합대책을 논의,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고유가 극복 민생 종합대책을 발표한 것은 급등하고 있는 국제유가로 인해 위급해진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정부 스스로 대책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과 불확실성을 슬기롭게 극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경제적 상황뿐만 아니라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민생 경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상당 기간 실종됐고 새 국회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더 이상 민생 경제를 방치할 경우 견실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종합대책은 연간 총 급여 3천 600만원 이하 근로자와 종합소득금액 2천 400만원이하 자영업자들에게 연간 6~24만원을 소득세 환급 방식으로 되돌려주며, 대중교통이나 물류사업자, 농어민, 1t 이하 화물차 소유자에게는 유류비 상승분의 절반을 돌려주고, 기초생활수급자나 중증 장애인에게는 월 2만원 수준의 유가보조금이 지급된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와 관련, 정부는 대책 비용 10조 5,000억원 가운데 올해 필요한 6조 2,000억원은 지난해 세계 잉여금과 유가 상승에 따른 세수 증가분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이날 발표에서 “고유가 대책으로 근로자 980만 명과 자영업자 400만 명이 혜택을 받게 되며 한 사람당 최대 24만원까지 지원 된다”고 밝혔다.
최근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최근 종가 기준으로 138.54 달러를 기록, 140 달러에 육박하며 최고가를 갈아 치우는 등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급등세를 보였다.
유가에 물가수준을 반영한 실질유가는 최근 137.5달러로 1980년 4월의 2차 오일쇼크 당시의 104.1 달러보다 높고 에너지 효율성까지 감안한 실질실효유가는 최근이 137.5 달러로 2차 오일쇼크의 150.2 달러 수준에 빠른 속도로 근접하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충격이 2차 오일쇼크 당시와 비슷한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세계경제는 10년의 호황을 마무리하고 침체 국면으로 진입했고 국내 경제도 내수 부진, 물가 상승, 소득 정체 등으로 어려운 상황을 맞았으며 특히 저소득. 취약계층의 고통은 가중돼 왔다.
지표를 떠나 생계형 운전자들과 어민들은 치솟는 기름 값을 감당 못해 운행이나 출어를 아예 포기하고 있으며 저소득 자영업자들의 입에서는 "외환위기 때보다 어렵다"는 비명이 터져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고유가로 피해를 보는 근로자.자영업자.저소득.장애인.농어민 등의 계층을 선별해 집중 지원 하면서 장기적으로는 규제 완화, 감세, 투자 활성화 등 일자리 창출과 성장 동력 확충을 통해 우리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로 다시 진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추가적인 유류세 인하 조치는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170달러를 도달할 경우 검토하겠다며 일단 보류했다.
이미 한 차례 유류세 인하를 했지만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하면 효과가 없어지고 세수만 줄어들어 피해 계층에 대한 선별․집중적 지원으로 대책의 방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우선 유가 환급금 지원의 경우 근로자는 총급여 3천600만원 이하, 자영업자는 종합소득금액 2천400만원 이하를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고 유가 환급금은 버스(시내.시외.고속.마을버스), 화물차, 연안화물선 등 대중교통.물류 분야에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생계형이 많은 1t 이하 자기 화물차에 대해서는 경승용차․경승합차와 같이 유류세를 환급해주기로 했으며 농어민에 대해서도 유가 상승분의 50%에 해당하는 유가 환급금을 주기로 했다.
기초생활수급자(86만 가구)와 차상위계층 중 중증 장애인(3만 가구)도 유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했고 저소득층에 대한 연탄 보조 대상으로 기초생활가구에서 차상위 가구까지 확대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위해 재정 지출 3조4천360억원, 유가 환급 7조570억원 등 총 10조4천93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의 고유가 대책을 놓고 관련 기관 전문가들은 정부가 유류세 감면이 아닌 재정지원을 통해 대책을 마련한데 대해 바람직한 방향이며 최소한의 기대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지원 대상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소비 진작 효과에서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나원재 기자 wjstyle@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