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기로 한 정부와 한나라당의 합의안이 비난 여론에 막혀 발표 하루만에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주택업계와 거래시장의 최대 관심사인 대출 규제 완화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히려 종부세 완화 움직임에 대한 업계와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부과기준을 9억원으로 높이거나 6억원으로 유지하자는 정치권의 공방에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미분양 사태 등 최근 부동산시장의 위기 상황은 강력한 대출규제로 자금줄이 막혀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빚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줄기차게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로 대표되는 주택관련 금융규제를 풀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8ㆍ21 대책에 이어 지난 23일 나온 종부세 개편안에도 시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내집마련정보사 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21일부터 지난 21일까지 서울지역 아파트 값은 오히려 0.15% 떨어졌다. 이같은 하락세는 고가주택과 재건축단지가 밀집한 강남권에서 두드러졌다.
송파구 풍납동의 한 중개업자는 "5000만원 이상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나와도 매수자가 나서지 않는다"며 "매수 희망자의 70∼80%가 대출을 받아 자금을 마련하는 만큼 대출 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세제 완화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LTV와 DTI가 더 강력하게 적용되고 있고 이자가 연 1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집값 상승 기대감 없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현재 주택투기지역에 있는 6억원 초과 아파트(대출기간 10년 초과 기준)의 LTV는 은행과 보험사 40%,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등은 50%로 제한돼 있다. 6억원 이하의 아파트에 대한 LTV는 60%다.
또 투기지역 및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6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시 DTI를 40% 이내로 제한하고 있고 나머지 아파트에 대해서는 60%까지 인정하고 있다.
DTI는 대출자의 연간 소득에서 대출금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과 기타 부채의 이자 상환액을 합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수치가 낮을 수록 대출 금액이 줄어든다. 하지만 종부세 기준을 9억원으로 상향키로 한 만큼 LTV와 DTI의 기준금액을 9억원으로 높이면 대출 액수가 그만큼 커져 주택 구입 수요를 불러 올 수 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지난 23일 종부세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LTV와 DTI 기준금액의 상향 조정 여부는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에서 판단할 사항이라며 금융위에 공을 넘긴 상태다.
하지만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대출규제 기준금액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주택거래 활성화 뿐 아니라 금융시장의 제반 여건을 고려해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지난해 초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정부 역시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이어서 부동산시장의 거래가 활성화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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