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제 금융법안이 부결 처리된 가운데 사진은 29일 백악관에서 구제 금융법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 |
퇴임을 4개월 앞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레임 덕(Lame Duck: 권력누수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7000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쏟아 붓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구제금융안이 '월스트리트가 아닌 메인스트리트(중소상공업과 서민)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하원에서 부결 처리됐다.
부시 대통령으로선 정치적 동지인 공화당 의원들의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정도가 아니라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 됐다.
부시 대통령은 그동안 금융위기사태가 심각해지자 지난 주 거의 매일 연설이나 회견 형식은 물론 민주·공화 양당의 지도부를 직접 만나 구제금융안에 대한 의회동의를 호소했다.
그는 지난 23일에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금융위기에 대한 신속한 대처를 강조하면서 미 의회가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구제 금융법안을 처리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24일 저녁 '골든 타임'엔 미 전역에 생중계된 TV연설을 통해 구제금융이 없으면 고통스런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호소하며 국민들 직접 설득하는가 하면 의원들에게도 구제금융법안 처리가 "나라를 구하는 것"이라고 읍소했다.
그 다음 날 저녁엔 이례적으로 백악관에서 민주·공화당의 버락 오바마, 존 매케인 상원의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자들과 회동하고 금융 구제안 합의 도출을 시도했다.
비록 성공하진 못했지만 이런 회동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부시 대통령이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국민에게 강하게 심어줬다.
결국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노력의 결실로 행정부와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는 진통 끝에 28일 구제금융안에 합의하는 큰 진전을 이뤘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정성'도 선거를 앞둔 의원들의 마음을 바꿔놓지 못했으며 특히 민주당 의원들보다도 공화당 의원들이 자신이 속한 당의 최고지도부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림으로써 부시 대통령이 처한 '정치적 현실'을 가차없이 드러냈다.
부시 대통령으로선 자기당 의원들조차 설득 못하는 '식물 대통령'임이 입증된 것이다.
공화당 마이크 펜스 의원은 이날 하원에서 구제 금융법안을 부결시킨 뒤 "국민이 이번 구제 금융법안을 반대했으며 의회도 마찬가지로 거부했다"고 말해 표결 결과가 대통령의 뜻을 거부한 것이라기보다는 국민의 뜻을 따랐음을 강조,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했다.
그러나 펜스 의원의 이 같은 주장으로 부시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모르는 대통령'으로 두 번 죽임을 당한 셈이 됐다.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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