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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믿을 건 달러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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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0-0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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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쓰나미에 달러 강세 무역적자는 여전히 문제...위기 끝나면 약세 전환할 수도

'금융 쓰나미'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달러가 다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신용위기의 근원지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시장이지만 정작 신용위기 사태에서 글로벌 투자자금이 달러로 이동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는 물론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멕시코 외환위기 당시 해당 국가의 통화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최근 미국발 신용위기 사태에도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금융위기로 미국의 '수퍼파워'가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외환시장에서 달러의 위상은 여전히 견고하다.

신용위기 도미노가 미국에서 유럽으로 넘어가면서 달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7일 분석했다. 

   
 
사진: 신용위기 사태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주 달러 가치는 유로를 비롯해 캐나다 달러 등 주요 통화에 대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지난주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법에 대한 회의감이 지속된데다 주말 공개된 미국의 고용보고서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악재가 공개됐음에도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1.34달러대로 떨어졌다. 달러/엔 환율 역시 100엔대로 하락했다.

하버드대의 케네스 로고프 경제학 교수는 "현재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금융위기의 근원지는 미국이지만 해외 투자자들은 오히려 미국으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가 시작된 곳은 미국이지만 본질적으로 달러 등 미국 자산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게다가 미국은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대대적으로 공조하면서 위기 타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유럽 각국 정부들은 여전히 경기부양을 위한 합의에 실패한 채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도 상대적으로 유로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CMC마켓의 아쉬라프 라이디 수석 외환 애널리스트는 "지금 전세계는 환자들로 가득차 있다"면서 "미국이 먼저 병원에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다른 나라들은 이제야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이디 애널리스트는 "먼저 진단을 받은 미국이 먼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면서 최근 달러 강세를 설명했다.

이같은 사실은 유럽의 움직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평가다. 미국의 5대 투자은행 중 3개가 사라지고 나머지 2개 역시 은행지주사로의 전환을 선언하는 등 금융권이 최악의 상황을 지났다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유럽은 독일 2위 부동산담보 대출기관 하이포 리얼 이스테이트(HRE)에 독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이 지원되고 독일과 아일랜드 등 주요국이 개인예금에 대한 지급 보증을 선언하는 등 이제 본격적인 금융 쓰나미가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 1년간 유로/달러 추이 (출처:야후파이낸스)

한편 지난 3월 베어스턴스 사태 이전까지 달러가 지속적인 약세를 이어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달러 강세는 결국 미국의 무역적자를 키우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으며 당시 달러가 약세를 보인 이유도 경기침체보다는 무역적자에 대한 우려가 더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라이디 애널리스트는 "신용위기가 진정되면 오히려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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