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환율이 4거래일 연속 폭등하면서 외환시장이 사실상 '붕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외국인의 주식 투매와 경상수지 적자로 달러화가 부족한 가운데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불안감으로 달러화 매집세가 폭주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건까지 겹치면서 원화로부터의 '엑소더스'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공포감에 따른 오버슈팅(단기 과열) 현상이 최근 환율 폭등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불안심리가 진정되면 환율이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환율 4일째 폭등..달러화 매물 실종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장 중 1,388원까지 급등한 뒤 조정을 받으면서 오후 1시25분 현재 전날보다 48.90원 높은 1,37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4일간 190원 급등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고수준으로 상승했다.
미국과 유럽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각국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뉴욕 증시가 5일 연속 하락하는 등 불안감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은 달러화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미국과 유럽발 금융위기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외국인이 33조 원가량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고 무역수지가 9개월간 142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달러화 수요 우위가 지속되고 있다.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이 내년 경제성장률이 3%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실물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 北 미사일도 불안감 키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도 외환시장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 정부가 통상적인 훈련과정이라고 보고 있고 평소에는 북한 소식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 시장이 워낙 패닉상태이기 때문에 사소한 악재조차도 극도로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 증시가 급락세를 지속하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며 "그동안 북한 소식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시장이 워낙 불안하니 악재에 민감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고유선 이코노미스트도 "펀더멘털에 대한 차분한 분석을 하지 못하고 공포에 가까운 불안한 심리에 휘둘리고 있기 때문에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에도 흔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최근 원화 약세는 심한 편"이라며 "미국이 위기에 처했는데 미국 달러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이러니이며 투자자들이 향후 달러가치에 대해 차분히 생각을 하게 되면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 전문가 "상승폭 과도..시스템 개선 필요"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환율 상승폭이 과도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루 현물환 거래량이 50억 달러 수준으로 급감한 상황에서 환율이 폭등하는 것은 지나친 쏠림 현상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일 이후 7일까지 환율이 급등세를 보인 3일간 현물환 거래량은 하루 평균 55억7천만달러로 지난달의 하루평균 80억1천만 달러에 비해 24억7천만 달러 급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이 미국 달러화의 움직임에 과도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점이 쏠림현상을 가져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 참가기관 확대와 거래 통화 다양화 등 시장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외환당국은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 개입)을 통해 환율 폭등을 제어하되 무분별한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시장이 비정상적인 상태여서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 개입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원화가 주요 통화가 아닌 데다 달러화 위주로만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미국발 충격의 파급 효과가 큰 것으로 보여 유로화와 엔화 등의 거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상승 쏠림 지속땐 급락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그러나 환율의 움직임이 이미 통제 가능한 수준을 넘었고 전망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글로벌 신용경색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환율이 당분간 오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동완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실장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리보금리가 급등하는 등 자금시장의 경색이 워낙 악화돼 있어 외환시장이 그 영향을 받고 있다"며 "서로가 상대방의 리스크를 믿지 못하는 극도의 불신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도 "이미 통제선을 넘었다"며 "글로벌 신용경색의 불안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데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불안한 움직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완 상황정보실장은 "거래량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약간의 외부 충격에도 환율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순간 확 급락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도 "아직까지는 더 오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대외 호재가 나타날 경우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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