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한국의 경제 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면서 첨단 기술 분야가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지난 30년간 베트남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며 파트너십을 다져온 삼성을 빼놓을 수 없다. 삼성의 베트남 진출 역사는 단순히 제조 시설을 옮긴 것을 넘어, 실질적인 기술 이전과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전환을 이끈 과정으로 평가받는다.
27일(현지 시각) 베트남 매체 VnEconomy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1995년 11월 10일 호치민시에 TV 생산 공장을 설립하며 베트남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삼성은 올해까지 30년 동안 총 232억 달러(약 33조 원)를 투자했으며 이 가운데 200억 달러(약 29조 원) 이상이 실제 집행됐다. 이에 힘입어 삼성은 베트남 최대 외국인직접투자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성의 생산 기지는 박닌, 타이응우옌, 호찌민시 등에 위치한 6개 공장으로 확장됐다. 이들 공장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전자 제품 생산의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갤럭시 생태계 내에서 출하된 스마트 제품은 23억5000만 개 이상으로 집계됐다.
투자의 성격도 변화했다. 삼성은 2022년 하노이에 동남아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 센터를 개소해 베트남을 단순 생산 기지가 아닌 기술 개발 거점으로 전환했다. 해당 센터에서는 베트남 엔지니어들이 인공지능과 반도체 관련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으며 베트남은 동남아와 오세아니아 지역을 연결하는 기술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지 산업 생태계 구축도 중요한 성과다. 삼성은 2014년 이후 306개의 베트남 협력업체를 지원하며 스마트 공장 구축과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를 통해 현지화율은 약 35%까지 상승했다. 이러한 모델은 베트남 기업이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삼성의 투자 전략은 베트남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물려 있다. 베트남은 1987년 투자법 제정 이후 외국인 투자 유치를 핵심 성장 전략으로 삼아 왔다. 2021년 법령 31호 등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투명한 법적 환경을 조성했고 이는 삼성의 연간 20억 달러 규모 투자 집행을 가능하게 했다.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올해 3월 삼성 경영진과의 회의에서 제도 인프라 인적자원을 중심으로 투자 환경을 개선해 2025년 8% 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삼성의 디지털 전환과 녹색 경제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삼성이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에서도 베트남과 함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삼성을 비롯해 LG, SK, 한화, LS 등 한국 대기업들도 전자, 반도체, 배터리, 데이터 센터, 신소재 분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한베 경제 관계가 노동 집약적 산업 중심에서 고기술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베트남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과제도 남아 있다. 부품 국산화율과 인적 자원 수준을 첨단 산업 수요에 맞게 끌어올려야 하며 외국인 투자 의존도를 완화하는 전략도 요구된다. 그럼에도 삼성의 30년 투자는 베트남이 산업화와 현대화를 넘어 기술 국가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