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달러 환율 폭등의 배후로 지목했던 환 투기세력은 결국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의 정보력 부족과 판단력 부재가 다시 한 번 드러난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외환시장의 환 투기를 막기 위한 일일 점검을 중단한다고 29일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외화 거래를 매일 점검한 결과 일부 개인을 제외하고 환 투기 혐의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위축된 외환 거래를 정상화하기 위해 오늘부터 일일 점검을 중단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13일부터 은행으로부터 기업과 개인의 외환 거래 내력을 일일 단위로 보고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개인 18~19명이 환율 급등에 따른 환 차익을 노리고 외환 거래를 한 혐의를 적발해 국세청에 통보했다.
그러나 이들이 거래한 외환 규모는 400만달러 가량으로 환율 변동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이달 초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을 쏟아내는 데도 불구하고 환율 급등세가 꺾이지 않자 외환시장에 환 투기세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때 갑작스레 재정부 기자실을 찾아 브리핑을 진행했다.
신 차관보는 "국내 외환시장이 대외여건 변화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거칠게 말하자면 냄새가 난다"고 말해 투기세력이 존재함을 시사했다.
이후 금융감독 당국은 외환시장의 불법매매 및 내부정보 유출 행위가 있었는지 점검하기 위해 시중은행의 외환딜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제대로 된 정보 없이 막연하게 조사를 벌였지만 건진 게 없다"며 "가뜩이나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금융시장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감이 또 한 번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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