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고유가, 고환율, 중국의 베이징올림픽 등의 악조건 속에서 고전을 면치못했던 국내 항공업계가 내년에는 제반 경기여건의 호전으로 기지개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외형 성장의 둔화세는 점차 감소할 것이지만, 이익은 빠른 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9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최근 유가 및 원∙달러 환율하락,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신규가입, 경기침체 극복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 기대 등은 항공업계로 볼 때 매우 긍정적인 요소임에 틀림없다.
특히 단기 수익에 직접적이면서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유가 및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서 항공사의 이익증대에 매우 강력한 ‘훈풍(薰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간 리서치기관에 따르면 유가의 경우 올해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평균가격이 배럴당 104.7달러로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67.5달러로 약 40달러나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유가하락은 해외여행객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가가 하락하면 유류할증료가 인하돼 결국 항공요금이 떨어지게 되고, 항공요금이 떨어지면 해외여행에 대한 소비심리를 높이기 때문이다.
올해 1450원대까지 올라갔던 환율도 내년에는 평균환율이 125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해외여행객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경기지표들의 예측이 현실화되면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약 1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영업이익이 내년에는 4748억원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원∙달러 환율하락에 따른 환산이익 효과도 무려 1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그동안의 고환율 때문에 대한항공은 올해 약 1조4000억∼1조5000억원 정도 환산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윤희도 연구원은 “아직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대한항공은 올해 약 1.4∼1.5조원의 환산손실이 예상된다”며 “그러나 올 연말과 내년말의 환율이 각각 1450원, 1150원 선을 유지한다면 내년에 대한항공은 약 1조5000억원의 순외화환산손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이어 “내년에는 평균 원달러 환율이 올해보다 상승해도 유가가 워낙 큰 폭으로 떨어져 유류비 부담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며 “항공수요는 점진적으로, 이익은 빠른 속도로 회복될 전망이다”고 예측했다.
이에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한다면 해외여행에 대한 소비심리가 회복될 것”이라며 “내년 항공수요는 여객이 올해 수준, 화물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익은 유가하락에 힘입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내년에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환 헷지(Hedge) 비율(70%)보다 유류 헷지 비율(30%)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특히 유가 하락추세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환율이 떨어지면 항공수요도 그 만큼 늘어날 것이며, 미국의 비자면제프로그램 가입과 베이징올림픽 기간중 발효됐던 복수비자 발급제한 해제 등으로 내년에는 실적개선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항공업계는 오는 17일부터 적용되는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이 발효되면 미국 방문객수가 평균 10%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지난 1986년 미국 비자가 면제됐던 노르웨이, 네델란드 등 22개 국가들의 경우에는 비자 면제 첫 해 평균 25.6%, 2년평균 53.4%가 각각 늘어난 바 있다.
박재붕기자 p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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