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기 침체 속에 유동성 위기에 빠진 건설업계에 자금 확보전이 한창이다. 분양가를 파격적으로 낮춰 미분양 털기에 나서는가 하면 계열사 지분은 물론 돈이 될 만한 자산은 서둘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했던 일부 건설사들의 경우 사업을 접고 철수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분양가 인하 = 풍림산업은 대전시 석봉동에 짓는 주상복합아파트 '금강 엑슬루타워'의 분양가를 25% 낮췄다. 지난달 29~31일 순위 내 청약을 진행했지만 청약률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미분양에 따른 금융 비용 부담을 지느니 분양가를 낮춰서라도 물량을 해소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분양가 인하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지난 6~8일 전체 공급 가구(2312가구) 가운데 1151가구에 한해 분양가를 낮춰 공급하자 1472명이 몰리며 전 주택형이 모두 마감됐다.
동일토건도 지난 10일 '용인 신봉 동일하이빌'의 분양가를 주택형에 따라 2000만~9800만원 낮추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모델하우스 내방객수는 평소보다 3~4배 늘었고 문의전화도 하루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임광토건의 용인 상하동 '임광그대가'에 대한 분양 문의 전화도 빗발치고 있다. 이 회사가 오는 13일부터 이 아파트의 분양가를 종전보다 11~15% 할인해 재분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자산 매각 = 계열사의 지분과 보유 건물 등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분주하다. 경남기업은 최근 계열사인 중앙청과를 태평양개발에 250억원에 매각했다.
동문건설 역시 같은날 아파트 홈네트워크 전문업체인 르네코의 지분 30.56%와 경영권을 개인에게 매각해 2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한라건설도 지난 4일 보유 중이던 새론오토모티브 주식 414만120주(6.68%)를 최대주주인 일본 닛신보사에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모두 182억5892만원이다.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한 신성건설은 현재 서울 역삼동 본사 사옥과 인현동 신성상가, 홍제동 유진상가, 충북 충주 철구공장 등 총 2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을 위내 내놓았다.
우림건설 역시 서울 서초동 본사 사옥의 임대 전환 또는 매각을 추진키로 했다.
△해외사업 철수 = 국내 위기의 돌파구를 찾아 해외에 진출했던 건설사들의 사업 포기도 속출하고 있다. 성공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사업에 매어있기 보다는 발등의 불을 끄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풍림산업은 최근 미국 하와이 현지법인인 풍림 퍼시픽을 청산했다. 이 회사는 하와이 부동산 임대시장과 주택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베이스캠프였지만 사업 부진 속에 자본이 잠식되자 청산키로 결정한 것이다.
현진도 두바이에 오피스사업을 벌이기 위해 준비해 뒀던 1만1670㎡ 규모의 부지를 매각했고 중국 곤산 주택사업도 포기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사업부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월드건설도 캐나다 밴쿠버와 미국 캘리포니아, 괌 등지에서 추진하던 주택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사이판 콘도미니움의 매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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