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계약에 미분양아파트를 배정한다는 조건을 달아 하청업체에 떠넘긴 건설사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6부(조병현 부장판사)는 대주건설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조치 등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대주건설은 광주와 부산 등에 건설한 아파트 단지 9곳의 최초 분양률이 2.0∼59.6% 정도로 극히 저조하자 분양기간을 2년간 연장했지만 분양비율은 68.0∼99.6%에 그쳤다.
또한 건설경기 침체에 미분양까지 겹쳐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자 2006년 5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A 건설 등 하청업체 20곳에 미분양 아파트 가운데 1∼3층 49세대를 분양키로 하고 이를 조건으로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대주건설은 2005년 말 기준으로 상시 종업원 수 308명에 달한 반면 이들 하청업체는 2∼57명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계약이 위법하다고 판단, 경제적 이익을 부당하게 요구하지 못하도록 한 하도급법 12조2를 적용해 하도급 계약액의 1%에 상당하는 5억9천6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대주건설은 "분양조건을 미리 알렸고 각 업체가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하도급 계약을 했기 때문에 정당하다"며 과징금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원청업체의 우월한 지위를 남용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배정된 아파트가 실수요자들이 분양을 꺼리는 저층이었고 대주건설이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향후 입찰에서 유리하도록 평가에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던 점에 비춰보면 이들이 하도급계약을 따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미분양 아파트를 떠안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이어 "남은 아파트를 처분하기 위해 가격 인하 등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였거나 하도급업체가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이 업계 관행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비록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려고 택한 방법일지라도 이는 공정한 하도급 거래질서를 해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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