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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부족 사태..달러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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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1-2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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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한국은행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외화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외화자금 여건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와프 협정을 기점으로 잠시 안정을 찾았다가 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이며 원점으로 되돌아간 상황이다. 정부의 막대한 달러 공급에도 외화유동성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으로 `디폴트(부도)' 위험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달러난을 초래하는 근본 원인인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과 외국인의 자본 이탈 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실물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 달러난 여전..환율 불안 재현
9월 초 1,100원 안팎으로 다소 안정됐던 환율은 리먼브라더스 사태 직후 급등세를 보이며 지난달 28일 1,467.8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지난달 30일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로 1,250.0원으로 폭락한 뒤 한동안 1,250~1,300원 범위에서 등락하며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달 들어 국내외 주가가 급락하자 다시 1,400원대로 올라서며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18일에는 1,448.0원을 기록하며 10년 7개월 만에 최고치인 지난달 28일 수준에 육박했다.

   리만브라더스 사태 이후 18일까지 달러화 대비 원화 절하율은 19.9%로 주요국 통화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호주 달러의 절하율이 19.2%로 뒤를 잇고 있고 파운드화와 유로화는 각각 16.83%와 11.52% 절하됐다. 엔화는 달러에 대해 7.81% 절상되면서 원화와 대조를 이뤘다.

   외화유동성 사정도 여전히 팍팍하다. 최근 오버나이트(하루짜리 달러차입) 금리는 0.45% 수준으로 이달 초 0.30%에 비해 약 0.15%포인트 상승했다. 1주일 이상 기간 물은 국내 은행 간 거래가 전무한 실정이다.

   외환스와프 시장에서 현물과 선물환의 차이인 스와프포인트(1개월물)는 지난 달 10일 -10.0원까지 급락한 뒤 30일 -3.5원으로 상승하기도 했지만 최근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9.0~-7.0원 범위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는 원화를 대가로 달러화를 조달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부장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정부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해결된 게 하나도 없다고 보고 있다"며 "미국의 경제 침체 등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리만브라더스 사태 이후 지금까지 외환당국이 시중에 공급한 외화자금은 약 300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달 당국은 스와프시장과 수출입은행을 통해 150억 달러를 풀고 두 차례 경쟁 입찰로 총 27억 달러를 지원하는 등 총 200억 달러 이상을 공급했다. 이 여파로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대폭인 274억 달러가 급감했다.

   이달 들어서도 세 차례 스와프 경쟁입찰을 통해 60억 달러가 은행권에 공급됐다. 여기에 수출입 중소기업의 무역금융에 사용되도록 160억 달러를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고 은행들의 외화 차입에 대해 내년 6월까지 140억 달러의 지급 보증을 설 계획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급한 자금은 어림잡아 3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막대한 달러 공급에도 외화유동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외국인 자본 유출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가 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달 29일 이후 3거래일간 3천600억원 가량 주식을 순매수하기도 했지만 이달 들어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19일 현재 2조원 이상 순매도한 상태다. 외국인이 주식 매도금을 달러로 바꾸는 과정에서 달러 환전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무엇보다 실물경제 침체, 기업 구조조정 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면서 심리적 불안감이 다시 확산되고 있는 점이 문제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의 등락은 외견상으로는 수급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심리적인 영향이 크다"며 "당국이 아무리 공급을 늘리더라도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있으면 그 기대심리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고 말했다.

   은행권에 공급하는 자금이 시중에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은행들도 달러 유동성을 채우기 급급하기 때문이다.

  
◇ "외화 경색 장기화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국내외 실물경제의 침체가 완화되고 외국인의 자금이탈이 멈추지 않는 한 외화유동성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10월부터 경상수지가 10억 달러 이상 흑자로 돌아서면서 외화수급에 좀더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식 뿐 아니라 채권, 부동산까지 전방위적으로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외국인의 자금이탈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리만브라더스 사태 직후에는 `디폴트'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외화자금시장이 이상 반응했다면 최근에는 환율이 차곡차곡 오르는 모습"이라며 "실물경제의 펀더멘털이 악화되는 우려감으로 외국인의 자금이탈이 지속하고 있고 이로 인해 환율이 추세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도 "이제는 글로벌 실물경제에 대한 우려와 개별 업종이나 기업들의 부실 가능성이 부각되는 것 같다"며 "경기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에 대내외적으로 금융시장 안정책과 동시에 경기 부양책 등이 효과를 거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달러난'이 장기화되는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금융경색이 심화되고 미국 쪽 실물침체가 생각보다 빨리 나타나면서 외국인의 자금이탈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의 외화유동성 조치가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한.중.일간 달러 통화스와프를 확대해 자금을 최대한 마련해두고 최악의 경우에는 달러가 필요한 수입업체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조치 등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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