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증권 매각 비리 의혹과 관련해 1일 검찰에 출석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 씨를 상대로 한 수사는 농협중앙회가 세종증권을 인수할 당시 세종증권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관여했는지가 핵심이다.
노 씨는 자신과 관련된 의혹이 제기됐을 때 언론 인터뷰에서 "정화삼 씨 형제로부터 청탁을 받았지만 묵살했다"고 해명했다가 "세종캐피탈 홍기옥 사장이 찾아와 부탁해서 당시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가까운데 사는 사람이 연락할 테니 들어봐라'고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에 노 씨가 어떤 식으로든 개입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단순히 건평 씨가 정 전 회장에게 홍 사장을 소개만 한 것이라면 죄를 묻기 어렵지만, 이 과정에서 금품을 직접 수수하거나 간접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가 적용되기 때문에 형사처벌은 불가피하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도 세종증권이 농협에 인수될 수 있게 해주는 대가로 건평 씨가 세종증권의 대주주였던 세종캐피탈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노씨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이 부분을 집중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 씨 형제가 홍 사장으로부터 `성공보수'로 받은 30억여원 중 7억∼8억원이 경남 김해에 성인오락실을 설치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건평 씨가 이 오락실의 일정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평 씨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를 위해 정 회장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부탁을 했는지, 건평 씨가 이 오락실의 실소유주인지에 대해 검찰 조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또 정 씨 형제가 김해 외에도 부산에도 오락실을 연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어 김해와 부산 오락실의 이익금 일부를 나눠 가졌는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세종증권이 농협에 매각되기 수개월 전에 주식을 산 뒤 매각 발표 때 주식 전량을 팔아 치워 178억원의 시세 차익을 올렸고 이 과정에 노씨가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해서도 검찰이 확인 작업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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