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세종증권 매각비리 의혹과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를 1일 오전 10시40분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노씨는 지난 2005년 세종증권측 로비 요청을 받은 정화삼씨 형제로부터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정대근 당시 농협중앙회장을 소개해주고 그 대가로 경제적 이득을 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씨 형제가 세종증권 대주주였던 세종캐피탈의 홍기옥(구속) 사장으로부터 `성공보수'로 받은 30억여원의 사용처를 추적한 결과 7억∼8억원을 들여 경남 김해에 성인오락실을 차린 뒤 하루 평균 2천만원의 순이익을 올린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오락실의 일정 지분을 노씨가 소유하고 이익금을 넘겨받은 단서를 포착했으며 이와 별개로 현금 등이 건네진 정황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먼저 노씨를 상대로 정씨 형제와 홍 사장으로부터 청탁받은 내용과 시기 및 방법, 농협회장에게 어떻게 청탁을 전달했는지 등을 확인한 뒤 다른 당사자들의 진술과 비교해 모순점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노씨에게 `소개비' 명목으로 경제적 이득을 약속받았는지, 홍 사장이 정씨 형제에게 건넨 30억여원 중에 본인의 몫이 포함돼 있는지, 30억여원 중에서 일부 현금을 건네받거나 오락실 수익금을 나눠 가졌는지 등을 캐묻고 있다.
노씨는 검찰의 질문에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의 조언을 얻어 협조적으로 답변하고 있으나 혐의 내용에 대해서는 "로비 대가로 `경제적 이득'을 전혀 취한 바 없다"고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필요시 노씨와 정씨 형제 및 홍 사장의 대질신문도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의 형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조사시작 전 박용석 중수부장이 노씨와 차를 마셨으며 박경호 중수1과장이 직접 대검 청사 11층 특별조사실에서 신문을 하고 있다.
대검이 11층 조사실 10여개를 올해 4월 인권친화적으로 개조한 이래 대형 조사실(36㎡)을 이용한 사람은 노씨가 처음이다.
검찰은 애초 노씨를 일단 귀가시킨 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오후 "조사 결과에 따라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그를 귀가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검찰은 또 정씨 형제가 받은 30억여원을 차명으로 세탁ㆍ관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화삼씨의 사위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지난 주말 잠적함에 따라 이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소재 파악에 나섰다.
한편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탈세 의혹 등 각종 혐의와 관련해 태광실업 비서실장과 전무, 상무 등 임직원을 이날 불러 조사했으며 회계자료와 주식매매 내역 분석을 끝낸 뒤 이르면 주말께 박 회장을 소환할 계획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