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기업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될 구조조정위원회 설치 여부를 놓고 말바꾸기를 해 비난을 사고 있다.
정부와 기업, 국민들이 하나가 돼 위기 극복을 위해 전력해야 할 시점에서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깎아 먹는 정부의 헛발질이 다시 나온 셈이다.
지난달 30일 언론들은 정부가 과거 외환위기 당시 기업의 퇴출 여부를 판정했던 '기업구조조정위원회'와 같은 기구의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이 절실한 상황에서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금융 및 건설업종 내 일부 기업의 부실 위험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금융위는 즉각 보도해명자료를 내고 위원회 설치를 검토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자금난을 해소하지 못해 쓰러지는 건설사와 금융기관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동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1일 기자들과 가진 자리에서 시장 안정과 당면한 위기 극복을 위해 민간 주도의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기업과 국민들은 정부에 또 한 번 속았다.
비난 여론이 커지자 금융위는 사회 전반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고 변명했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느낌이다.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하지만 헛발질에 거짓말까지 일삼는 정부를 믿고 따를 기업과 국민은 없다.
갈수록 신뢰를 잃어가는 정부가 우리 경제에 드리워진 먹구름을 걷어내는 데 방해만 되는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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