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기 사태로 글로벌 자본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일반 투자자들이 가장 이해가 안되는 것은 바로 달러의 흐름이다.
신용위기 사태의 근원지가 미국인데 정작 미국의 통화인 달러가 왜 다른 통화에 대해 강세를 나타내는지 알 수 없다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올 하반기 들어서만 달러 가치는 유로에 대해 20% 상승했다. 파운드화에 대한 상승폭은 25%에 육박한다.
투자자들은 미국 달러 보유를 싫어할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미국이 신용위기의 발원지인 것은 차치하더라도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주가 급락, 채권시장의 요동 등 달러를 경계할 재료는 많다.
사진: 자본시장에 불안감이 확산될 수록 달러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
그러나 신용위기 사태가 본격화 할 수록 달러에 대한 매수세는 그치지 않고 있다. 왜일까.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BW)는 이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내놨다.
◆공포 심리가 달러 매수 자극=먼저 신용위기 사태로 인한 공포심리다. 경제 상황이 어려울 수록 투자자들은 안전한 자산을 선호하게 된다. 비록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신용위기 사태의 시발점이 됐지만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곳은 미국뿐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지난 1970년대 이후 자본시장의 흐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0여년 동안 5번의 경기침체가 있었으며 4번의 침체 시기에 달러는 강세를 지속했다.
그동안 유로와 파운드 그 밖의 신흥시장 국가들의 통화들이 최근 수년간 강세를 지속한 것도 투자자들의 경계심리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2002년 이후 브라질 레알화와 중국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각각 25%의 절상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유로의 상승폭은 무려 45%에 달한다. 그러나 글로벌 자본시장 악화와 함께 외환시장의 흐름은 급변하면서 달러의 랠리가 이어졌다.
베어링 애셋 매니지먼트의 콜린 하트 외환 부문 책임자는 "지난 3월 이후 유로에 대한 숏포지션(매도)가 공격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최근 1년간 유로/달러 환율 추이 (출처: 야후파이낸스) |
◆헤지펀드 환매 사태도 달러 상승 가속화=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헤지펀드와 뮤추얼펀드 역시 달러 강세에 기여했다. 증시는 물론 상품가격의 급락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환매가 봇물 터지듯이 투자자들에게 되돌려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헤지펀드와 뮤추얼펀드들이 자산을 대거 매각한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투자자금을 주로 달러를 받았다는 것. 투자자들의 환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달러를 사서 돌려주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토마스 스톨퍼 이코노미스트는 "자본시장이 불안할 수록 사랆들은 달러 자산에 투자할지를 고민하게 된다"고 밝혔다.
달러 강세론자들은 글로벌 경제가 신용위기 여파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 달러 강세가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경제 역시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미국 경제의 부진으로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의 수출이 맥을 못추면서 투자자들의 달러 매수 역시 확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개월간 인도 루피화 가치가 20% 가까이 급락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BW는 전했다.
출범 10년째를 맞는 유로 역시 달러 강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미국이 신용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위기 국면을 타개하고 있는 반면 강력한 중앙정부가 없는 유로존의 경기 불황은 상대적으로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간스탠리의 스티븐 젠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에 비관론이 득세할 수록 달러의 강세는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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