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후 최악의 위기에 몰린 미국 자동차 '빅3'가 2일(현지시간) 의회 구제금융 지원을 위한 자구책을 제출한 가운데 구제금융 구모가 당초 전망보다 대폭 늘어나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 민주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당초 미국 자동차업계에 2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이날 빅3는 340억달러(약 51조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빅3 CEO들 "연봉 1달러만 받겠다"=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는 이날 제출한 자구책을 통해 최고경영자(CEO) 임금을 1달러로 책정하는 등 뼈를 깎는 노력으로 회생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GM이 가장 많은 120억달러를 요청했고 포드가 90억달러, 크라이슬러는 7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빅3 중 가장 먼저 자구책을 제출한 미국 2대 자동차업체 포드는 정부의 구제금융을 이용할 경우 앨런 멀랠리 CEO에게 연봉을 1달러만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미국 자동차 '빅3'가 2일(현지시간) 의회에 자구책을 제출했다. 사진은 지난달 의회에 출석한 빅3 CEO들. |
지난해 멀랠리 CEO는 기본 연봉 200만달러(약 30억원)를 포함해 모두 2170만달러의 보수를 받았다.
GM의 릭 왜고너 CEO 역시 연봉을 1달러만 받을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크라이슬러의 로버트 나델리 CEO는 이미 지난달 의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구제금융을 받을 경우 연봉을 1달러만 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포드는 이날 90억달러의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2011년에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거나 세전 흑자를 기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드는 현재 유동성을 감안할 때 정부 지원 없이 내년말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구제금융을 통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드는 관리직 직원에 대해 내년 보너스 전액 삭감, 북미지역 사업장의 종업원에 대한 성과급 지급 중지, 딜러망과 부품공급기지 축소를 진행할 계획이다.
포드는 또 연료 효율성이 높은 차량을 개발하기 위해 14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드는 2010년 출시할 계획인 소형 전기자동차의 개발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신형 배터리 기술개발을 위해 경쟁업체들과 힘을 합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도 적극 협조, 비난받던 전용기도 매각=노조 역시 빅3의 회생을 위해 적극 협조하고 있는 가운데 포드는 전미자동차노조(UAW)와 비용축소를 위한 협상에 들어간 상태다.
UWA는 전국 지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총회를 소집하고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노조가 양보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는 지난달 의회 출석시 비난의 대상이 됐던 전용 항공기도 5대 모두 매각할 것이라고 포드는 밝혔다.
빅3 CEO들은 오는 4일부터 이틀간 의회에 출석해 구제금융 지원을 요구할 계획이다.
포드의 멀랠리 CEO와 GM 왜고너 CEO는 4일 의회 참석시 자체 생산한 하이브리드 차량을 타고 워싱턴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미 의회는 빅3가 제출한 자구책을 검토하고 이번 주 양원 청문회를 거친 뒤 오는 8일 구제금융 지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백악관은 이날 빅3가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생존 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국민들의 혈세를 지원받기에 앞서 자동차 회사들이 생존 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북미 자동차시장 '악화일로' 지속=한편 신용위기 사태와 함께 북미 자동차시장의 침체는 여전히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11월 북미 시장 판매가 30~40%의 감소세를 기록한 것이다.
GM은 11월 전년 대비 41% 감소한 15만3404대를 판매해 1970년대 이후 첫 2개월 연속 20만대 이하 판매에 그쳤고 포드 역시 31%가 줄어든 12만3222대를 팔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같은 기간 크라이슬러의 판매는 44% 감소했다.
빅3의 부진에도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일본 등 아시아 업체들 역시 북미 시장 판매가 큰 폭 줄었다.
도요타자동차의 11월 판매는 전년 대비 34% 감소한 13만307대를 기록했으며 혼다와 닛산의 판매는 각각 32%와 35% 감소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11월 판매는 작년보다 39.7%가 감소한 1만9221대에 그쳤고 기아차는 37.2% 감소한 1만5182대를 기록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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