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이 지난달에도 100억 달러 이상 급감하면서 감소세가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말 외환보유액은 2천5억 달러로 전달보다 117억 4천만 달러가 줄었다. 사상 최대폭으로 감소했던 10월(-274억 2천만 달러)보다는 감소세가 둔화했지만 8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안심리를 높일 것으로 우려된다.
한은은 외화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한 영향 등으로 외환보유액이 감소했지만 경상수지 흑자 전환, 한.미 스와프자금 사용 등 증가요인이 적지 않아 12월부터는 감소세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불안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보유액의 추세적인 감소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 외환보유액 두 달 새 392억弗 급감
한은은 외환보유액이 감소세를 이어간 원인으로 은행권에 대한 달러유동성 공급,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 등 기타 통화의 약세에 따른 달러 환산액 감소 등을 꼽았다.
이는 10월과 같은 요인들이지만 유동성 공급 규모가 10월 177억 달러에서 11월 142억 달러로 축소됐고 기타 통화의 약세도 약화되면서 보유액의 감소세가 둔화됐다고 한은은 밝혔다.
외환시장에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으로 개입해 달러를 소진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지난달 한은은 경쟁입찰 방식의 스와프 거래를 통해 75억 달러를 공급했고 재정부는 수출입은행을 통한 경쟁입찰방식으로 61억 달러를 대출하는 등 총 67억 달러를 지원했다.
이에 따라 두 달간 외환당국이 공급한 유동성은 총 319억 달러로 전체 공급 예정액(약 550억 달러)의 약 60%를 쏟아냈다.
10월 중 달러화에 대해 9.4%씩 절하됐던 유로화는 지난달 보합세였고 파운드화는 약 6% 약세였다. 증가 요인으로는 국민연금과의 통화스와프 조기 해지(11억 달러), 운용수익 등이 있었다.
◇ 1천억 달러대 진입 `초읽기'
외환보유액을 간신히 2천억 달러대로 유지했지만 조만간 1천억 달러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외화유동성 공급 예정액 가운데 미집행액인 231억 달러에서 상당액이 12월에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일부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의 결산, 은행권의 외화유동성 비율 관리 등으로 회계상으로도 연말까지 추가적인 달러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수지 측면에서도 10월 중 자본수지가 경상수지 흑자의 약 5배인 255억3천만 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한 것처럼 외화 유출이 유입을 능가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윤덕룡 국제거시금융실장은 "단기적으로 수출이 급감하고 있어 경상수지 흑자가 자본수지 측면의 유출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며 "기업에 대한 외화 공급과 달러화 강세 등으로 외환보유액 감소 추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10월에 49억 달러 흑자를 보인 경상수지가 당분간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의 통화스와프 자금으로 시중에 달러를 공급하기 시작한 점 등이 외환보유액의 감소세를 크게 둔화시킬 것으로 한은은 기대하고 있다.
한은 국제국 하근철 차장은 "수출입 둔화로 무역금융의 달러 수요가 줄고 해외여행 자제로 환전수요도 감소할 수 있어 12월에는 외환보유액의 감소세가 더욱 약화될 것"이라며 "특히 10~12월까지 유동성 공급이 집행된다면 이후로는 기존 유동성이 돌기 때문에 달러 공급의 필요성이 크게 줄 것"이라고 말했다.
◇ 외환시장 불안감 높이나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이 급감하면서 1천억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어 외환시장의 불안심리를 가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주변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확대해 심리적 안정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경색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1분기 말까지는 통화스와프를 통해 확보한 실탄으로 버텨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덕룡 실장은 "오바마 정부 출범으로 경제가 안정되기 전까지는 중국과 일본, 유럽 등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통해 외환보유액의 감소를 막아야 한다"며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연장하는 것은 물론 한도도 500억 달러 수준으로 늘리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K증권 염상훈 연구원은 "한미 통화스와프 규모 확대와 한.중.일 통화스와프 등을 통해 외환보유액을 외채 대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며 "대외적으로는 국내 은행이 외화채권을 발행할 때 적용되는 가산금리가 1%포인트 이내로 하락해야 외환보유액 감소 우려와 환율에 대한 불안감이 수그러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 당국 "쏠림 등 환율 급변동에 대응"
정부는 최근 환율 급등락은 시장의 외환 수급 불일치를 반영하는 것으로 진단했다. 8월 이후부터 외국인 주식순매도가 확대되고 해외 금융시장 불안으로 자본유입이 크게 줄면서 환율이 급변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과 시장수급을 제대로 반영해 움직여야 한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기조로 급격한 쏠림으로 인한 급변동에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지난 7월 과도한 쏠림현상이 발생하자 이를 제어하기 위해 스무딩오퍼레이션 차원에서 개입에 나선 점을 예로 들며 "시장에서도 정부 역할로 당시 심리적 쏠림현상이 많이 제어된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지적돼 온 인위적 고환율 정책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정부 관계자는 "2005∼2007년 환율이 지나치게 하락하는 기조가 지속돼 오다 지난해 12월부터 경상수지가 적자 반전하면서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상승 기조로 전환된 것이지 정부가 인위적으로 고환율 정책을 추진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들어 환율이 상승한 것은 경상수지 적자에 외국인 주식매도 등에 따른 자본수지 적자, 고유가 등이 겹치면서 시장 수급요인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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