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기준금리를 1.00%포인트 파격적으로 인하한 것은 경기 하강 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장의 자금경색 현상이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가 내년 상반기에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
한은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경기침체가 대외 변수에 기인한 측면이 커 금리 인하에 따른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기준금리 사상 최대폭 인하 = 한은이 기준금리를 1.00%포인트 전격 인하하기로 결정하자 시장도 놀랐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폭이 최대 0.75%포인트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러나 한은은 시장의 상상을 뛰어넘는 선택을 했다. 기준금리 3.00%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지난 1999년 이후 기준금리가 3.25% 밑으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한은은 내년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에 충격을 주기로 했다.
11월 수출증가율이 전년 동월 대비 18.3% 감소하고 취업자 수는 7만8000명 늘어나는데 그치는 등 경기침체의 그늘이 경제 전반을 덮치고 있어 기준금리를 소폭 인하하는 정도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성태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기가 상당기간 낮은 성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세계 경기도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안 좋다"며 "비상수단을 써야 하는지 판단을 해야 하는 경계선에 섰다"고 말했다.
◆ 추가 인하 마지노선은 0.25% = 한은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하한선은 0.25% 정도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기준금리가 그 이하로 떨어질 경우 채권 발행이 어려워지고 원화가치 하락폭이 확대되는 등의 부작용이 예상돼서다.
추가로 금리를 내릴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이번 금리인하를 통해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한은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소진되는 셈이다.
이성태 총재는 "기준금리를 어디까지 내려야 할 지에 대해 합의된 것은 없다"면서도 "금리가 너무 낮아져 소폭 변동에 대해서는 아무도 개의치 않는 '유동성 함정' 전까지는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3%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 "인하폭은 공격적, 효과는 두고봐야" = 전문가들은 한은의 선제적 금리 인하 조치에 대해 공격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하면서 자금경색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해외발 호재가 잇따르지 않을 경우 국내에서의 조치만으로는 경기 살리기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0.50%포인트 정도를 적정 인하폭으로 예상했는데 한은이 공격적인 결정을 했다"며 "경기침체에 한은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내년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경기하강에 선제 대응하고 나섰다"며 "과감한 금리인하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시장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한은은 결정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경기침체가 해외 변수에 의해 촉발된 만큼 금리 인하가 어느 정도의 효과를 가져올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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