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눈 먼 변호사, 금융 피해자 두 번 울려

승소 가능성 낮아도 무조건 소송 권유
수임료 수익에 승소시 거액 수당 가능

금융위기 여파로 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소실을 본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변호사들이 이들을 상대로 소송 제기를 부추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단 소송에 들어가기만 해도 적지 않은 수임료를 챙길 수 있는데다 승소할 경우 거액의 수당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외 증시 폭락과 환율 급등으로 투자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금융기관에 불완전 판매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가 승소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불법·불완전 판매 행위를 입증할 증거가 필요하지만 이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승소율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변호사들은 수임료 수익을 올리기 위해 투자자들을 부추겨 소송 제기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융감독 당국이 우리은행의 우리파워인컴펀드 불완전 판매 여부에 대해 판매 은행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후 관련 소송이 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변호사들이 승소할 수 있다며 소송 제기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변호사들은 금융 투자자들이 결성한 인터넷 카페 등을 돌며 무료로 법률 자문을 해주고 집단 소송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소송 제기를 권하고 있다.

변호사들이 금융 관련 소송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승소할 경우 이름을 알리고 거액의 수당을 쥘 수 있는데다 패소해도 수임료는 고스란히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제기되는 금융 관련 집단 소송의 경우 일인당 5~10만원 가량이 착수금 명목으로 변호사에게 지급되고 있다. 집단 소송의 경우 참여 인원이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에 달해 소송 한 건에 수천만원의 수임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금융 관련 소송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최근에는 소송 경험이 일천한 변호사들도 집단 소송에 나서고 있어 걱정"이라며 "무조건 소송을 권유하는 변호사는 투자자들이 잘 골라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관련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물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다면 무턱대고 소송을 제기하기보다 금융기관과 대화로 푸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김유경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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