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부터 정부와 한국은행의 시중은행 자본 확충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국책은행과 연기금 등이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은행의 상환우선주 등을 매입하거나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한국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이 돈을 시중은행에 출자하는 방식 등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정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은행의 자본확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긍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 기본자본 BIS 9% 미달은행 자본확충 대상
14일 금융당국과 은행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금융감독원의 권고치에 맞추지 못한 은행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자본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1월 말까지는 올해 12월 말 기준 은행별 BIS 비율의 윤곽이 드러난다"며 "이때부터 BIS 비율이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2월 중순까지 권고치에 미달하는 은행에 대해 국책 금융기관 등을 통한 자본 확충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근 13개 은행에 내년 1월 말까지 기본자기자본 비율이 9% 수준에 도달할 수 있게 자본을 늘리도록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내년 경기 악화와 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하고 실물경제 지원을 위한 대출 여력을 키우기 위한 조치다.
은행권이 보완자본 확충을 위해 이미 발행했거나 연말까지 발행할 예정인 후순위채 규모가 6조5천 억원에 달하는 만큼 이제는 기본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은행들은 유상증자, 배당 억제, 부채와 자본 성격이 혼합된 증권인 하이브리드채권의 발행 등을 통해 기본자본을 늘릴 수 있다.
금감원이 은행별로 12월 말 기준 기본자기자본 비율 추정치를 갖고 제시한 자본 확충 규모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3조 원대이고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1조 원 안팎이며 9개 지방은행은 1천 억~5천억 원 수준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기본자기자본비율은 국민은행 9.17%, 신한은행 8.50%, 하나은행 7.43%, 우리은행 7.64% 등이다.
은행들이 확충해야 하는 기본자본 11조 원 가운데 지금까지 3조 원을 마련하는데 그쳐 금융당국은 일부 은행의 경우 기한까지 권고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 한국銀.국책銀, 시중은행 자본확충 합동 작전
이에 따라 정부는 국책 금융기관을 통해 은행의 자본 확충을 일부 지원하고 나섰다.
자산관리공사(캠코)는 연말까지 은행이 BIS 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1조 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사줄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권의 BIS 비율은 평균 0.08%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총 10조 원 규모로 조성할 예정인 채권시장안정펀드를 5조 원으로 일단 시작해 이달 17일부터 은행 후순위채와 하이브리드채권, 회사채, 할부금융채 등을 사들일 계획이다.
연말 기준 은행 BIS 비율이 나오는 내년 1월 말부터는 국책은행과 연기금 등이 지원하는 은행 자본 확충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책은행과 연기금 등이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은행의 상환우선주 등을 매입하거나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한국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이 돈을 시중은행에 출자하는 방식 등이 가능하다.
현행법상 한국은행은 산업은행에 저리로 자금을 빌려주거나 수출입은행에 출자할 수 있다.
최근 이성태 한은 총재가 "현재 금융상황은 일종의 금융 비상사태로 통화신용의 심각한 수축기의 경계선에 와 있다"고 밝힌 만큼 한은이 대출 여력 확대를 위한 은행의 자본 확충을 측면 지원할 명분이 있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의 자본을 확충하거나 실물경제에 자금이 제대로 공급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책 금융기관도 정부가 산업은행(1조4천억원), 수출입은행(9천500억원), 기업은행(1조원), 자산관리공사(4천억원) 등 총 5조300억원 규모의 출자를 할 예정이어서 은행들의 자본 확충을 지원하는데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며 구조조정을 하려면 BIS 비율이 8% 밑으로 떨어져야 하는데 지금은 모두 8%를 넘기 때문에 국책은행 등을 통한 우회적인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조치가 있더라도 은행이 걱정하는 것처럼 경영진 교체 등을 요구하는 것보다는 양해각서(MOU) 형식으로 실물경제 지원을 약속 받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