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기 사태의 당사자인 미국의 통화로써 강세를 지속해 온 달러의 호시절이 끝나고 엔화의 강세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이른바 강달러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수퍼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달러 약세와 엔 강세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미국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목표금리를 0~0.25%로 끌어내리면서 달러의 약세가 본격화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세계 2위 경제대국 일본의 엔화가 초강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실제로 달러/엔 환율은 13년래 최저치로 떨어진 상태다. 18일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87엔대 초반에서 거래됐다. 오전장에서는 87.14엔까지 하락하면서 1995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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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달러/엔 환율 추이 (출처: 야후파이낸스) |
달러 약세는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달러 가치는 호주 달러에 대해 2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밀렸고 캐나다 달러, 스위스 프랑, 스웨덴 크로나 등에 대해서도 일제히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외환시장의 흐름은 위험 선호 심리와 위험 기피 심리가 공방을 벌였으며 여기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시장발 금융위기가 가세하면서 시장의 헤게모니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 통화에 대한 위험도가 높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연준의 제로금리 선언으로 달러 역시 약세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씨티은행 딜링룸의 유현정 팀장은 "앞으로 1~2년 동안 달러 약세와 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지금 시장상황은 탈달러로 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달러/엔 환율의 다음 지지선은 80엔이 되겠지만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엔 강세에 대해 일본은행이 어디까지 엔화 강세를 두고 볼 지도 관건"이라면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엔 캐리 트레이드와 엔화 강세의 연관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 압력까지 높아지면서 미국 주도로 제2의 플라자합의 형태의 약달러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엔화 강세가 1~2개월 안에 끝날 것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산업은행의 권영민 딜러는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경우는 대부분 증시가 폭락할 때"라면서 "최근 글로벌 증시의 폭락세가 주춤하고 있어 엔화 추가 강세는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엔화가 추가 강세를 보이기 위해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정리되야 한다"면서 "미국 금리인하 효과로 달러/엔 환율이 85엔까지는 밀리겠지만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90엔까지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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