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로 촉발된 국내외 경제위기로 기업들의 주요 인수합병(M&A)이 잇달아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26일 쌍용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동국제강에 주식매매 양해각서(MOU) 해제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쌍용건설 매각 협상은 최종 결렬됐으며 동국제강은 입찰 이행보증금인 230억원 가량을 떼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올해 M&A 시장의 최대 매물이었던 대우조선해양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한화그룹은 본계약 체결 직전인 이날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에 사실상 본계약 체결 연기를 요구했다.
이때문에 세계 금융위기 이후 심화되고 있는 실물경제난으로 인해 제기돼 오던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대형 M&A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세계 경제위기로 인한 금융시장 경색, 극심한 경기침체 등으로 기업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업들이 인수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주가 급락으로 인수 대상이었던 기업들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7월 쌍용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던 동국제강은 국내 경제상황 및 자금여력 악화 등을 이유로 이달 초 본계약 체결을 최소 1년간 유예해 달라는 조건부안을 캠코측에 제출했다.
동국제강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불과 몇달만에 건설경기가 얼어붙고 쌍용건설의 주가가 하락하자 캠코측에 변경된 사정을 가격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동국제강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당시 주당 3만1천원에 쌍용건설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으나 현재 쌍용건설 주가는 6천원선이다.
한화는 세계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치기 시작한 올해 10월 대우조선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될 때만 해도 자금마련에 자신이 있다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실에 대해 크게 환영했다.
그러나 불과 2개월만에 금융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대한생명 주식, 부동산 등 매물로 내놓았던 자산 매각이 진척되지 않아 자금마련 계획에 차질을 빚자 대우조선 인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화는 26일 인수 참여 계열사들이 긴급 이사회를 열어 사실상 본계약 연기를 산은측에 요구키로 하는 결의를 함으로써 대우조선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화측의 귀책으로 대우조선 인수 협상이 결렬되면 한화는 3천여억원으로 추정되는 입찰 보증금을 날려야 할 판이다.
특히 캠코가 본계약 체결 연기를 요청한 동국제강에 협상 결렬을 통보함에 따라 한화의 본계약 연기 요구를 산은이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은이 한화 요구를 수용하면 형평성 문제 및 특혜 시비가 제기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금융 및 경제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에 한화가 6조원 가까이 지불하면서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또다른 '승자의 저주' 빠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인수 후 건설경기 침체에다, 이후에 불어닥친 경제위기로 고전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화도 M&A에 성공한 것이 오히려 경영 위기의 '화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한화가 최악의 경우 입찰 보증금 3천여억원을 떼이더라도 대우조선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도 세계 금융위기 초기인 지난 10월 세계 1위의 낸드플래시 메모리카드 제조업체인 샌디스크 인수를 추진했다가 위기 발생과 함께 샌디스크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인수 제안을 철회한 바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호생명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격 문제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침체에 따른 자금난으로 강호AMC의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 인수도 차질을 빚었다.
지난 3월 싱가포르 CDL코리아로부터 힐튼호텔을 5천8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던 강호AMC는 잔금 납부 마감일을 맞추지 못해 향후 인수가 힘들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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