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조선업체의 대표기업인 C&중공업이 채권단의 자금지원 거부로 200여개 협력업체와 20여개 중형 조선사들의 '줄도산'이 불가피함에 따라 조선업계 전체에 빨간불이 켜졌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20여개 중형 조선사들은 회생지원을 받으려고 노력했지만 은행권이 선수금환급보증(RG)을 기피함에 따라 벼랑 끝에 몰렸다.
이를 입증하는 대표적 단서가 C&중공업에 대한 150억원 상당의 금융권 RG거부다. C&중공업처럼 RG 채무비율이 일반대출 보다 큰 중형 조선업체들은 워크아웃에 들어가더라도 메리츠화재와 같은 RG 채권기관이 거부하면 물거품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권이 RG발급을 안해주고 있는 기업은 C&중공업 외에 20여개 중형 조선사가 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워크아웃이 별 쓸모없는 제도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은행권은 중형 조선사들의 각종 시설자금과 선박제조 등과 관련한 보증을 꺼리고 심사기준마저 까다롭게 만들어 RG발급이 원활하지 못하도록 했다.
은행권이 대형과 소형 조선사를 제외하고 중형만 RG발급이 어렵도록 만든 이유는 도크와 크레인 등 여러 시설들을 갖춰야 하는 상황이고 그에 따른 초기투자비가 만만치 않으며 내년 해운시황도 불투명해 은행권이 되돌려받을 확률은 희박하다는 점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도 자기자본비율 등을 맞추고 재무건전성을 갖춰야 살아남기 때문에 가망성 없는 기업들에는 가급적 대출을 자제하거나 심사를 까다롭게 본다”고 말했다.
중형 조선업체들은 몇 개월전만 해도 해운호황기를 등에 업고 사업확장이 가능했지만 갑자기 변한 시황에 금융권마저 호의적이지 않아 그동안 벌려놓은 사업에 망연자실했다.
중형 조선사인 SPP조선 관계자는 “세계적 경기 침체로 선박수주가 감소하니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어 속수무책”이라며 “한 가닥 경기가 좋아지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C&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소 건설업체와 기자재 협력업체들도 버틸 때까지 버텼다”며 “현재로선 줄도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2000년대초까지만 해도 현대·삼성·대우중공업이 국내 98% 조선시장을 장악하면서 세계 1위 조선강국을 이끌어왔지만 2000년대 중후반부터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형 조선사들은 진입하면서 조선시장의 분위기를 흐려놓기 시작했다. 중형 조선사들은 재무구조가 취약하다보니 불황기와 맞물려 모든 것이 막혀버린 것이다.
심상목 중소조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세계적 경기침체도 금융에서 비롯했기 때문에 은행들도 살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형 조선사들의 RG기피는 불가피하다”며 “내년 중형 조선사들의 줄도산은 불을 보듯 뻔하고 조선시장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내년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신생조선소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고 언급했다. 업체별 설비와 경영·기술능력 등을 종합평가 후 회생가능성이 낮은 조선사에 대해서는 워크아웃과 M&A, 기업간 협력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은 20여개 중소 조선업체들을 대상으로 2005년 이후 설립한 8개 신생조선사에 대한 워크아웃과 퇴출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08년 이후 설립한 신생조선사는 C&중공업, 대한조선, S&C조선해양, TKS조선, 진세조선, 오리엔트조선, 고려조선, 신안중공업 등이다.
이 가운데 신안중공업과 TKS조선은 차입금 규모가 별로 크지 않지만 나머지 조선사들은 외부차입과 발주계약 취소 등 유동성 악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김준성 기자 fre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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