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자금난을 겪는 대기업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감독 당국은 부실 징후가 나타나는 기업에 대해 신속한 구조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4분기 대출 행태 서베이'를 실시한 결과 대기업에 대한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 지수는 -38로 전 분기의 -19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이는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지난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대기업들이 자금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대출태도 지수가 낮다는 것은 대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 심사가 엄격해졌다는 뜻"이라며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을 주문하면서 대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영업 실적 악화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도 자금난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금융 정보업체인 fn가이드가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128개 주요 기업에 대한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 분기 대비 각각 27.6%, 50.5% 급감할 것으로 추정됐다.
대기업들의 신용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가 회사채 신용등급을 매기는 326개 기업 가운에 BB+ 이하의 투기등급을 보이는 기업은 24.8%(81개)에 달했으며 채무 불이행에 빠진 기업은 5곳이다.
지난해에만 50개 기업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 실적이 집계되는대로 거래 기업에 대한 심사를 시작할 것"이라며 "심사 결과에 따라 퇴출 기업들이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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