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 업체가 파산 직전에 몰린데다 쌍용자동차도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위기에 처했다. 도요타 역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예상할 만큼 지금, 자동차 업계는 우울한 새해를 맞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지난 16일 사측이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을 받아들였음에도 임금보전 등 세부시행 방안이 없다며 또 다시 반대하고 있다. 결국 19일 대의원대회에서 쟁의행위 발생을 결의하고, 설 연휴 뒤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신청을 거쳐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가겠다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사측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 인정된다지만, 지금 상황은 약속을 지킬 만큼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때문에 노조를 바라보는 내외부의 시각은 호의적이지 않다. 그동안 노조 파업으로 인해 입은 피해가 환산하기 어려울 만큼 치명적이었기 때문이다.
◆노조 22년중 1년 파업, 11조 매출손실
국내 노조의 파업 역사에서 현대차 노조를 빼고는 이야기하기 힘들다.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1994년을 뺀 20년간 매년 파업했다. 파업일수만 1년여에 가까운 361일이나 된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108만대의 생산 차질과 11조원의 매출 손실을 봤다.
지난 2006년에는 현대차의 순이익이 무려 47%나 감소했다. 이 역시 파업이 주된 이유였다. 당시 국내 판매량보다도 많은 14만1882대를 생산하지 못했다. 회사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한 것이다.
지난해 역시 파업으로 4만4645대를 생산하지 못했고, 이로 인한 생산 차질금액만 6905억 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그해 9월 내수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3%가 감소한 3만1449대에 그쳤다. 현대차의 야심작인 스포츠카 '제네시스 쿠페'의 출시 행사도 전격 취소됐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이 같은 사례를 찾기 힘들다. 도요타는 55년 동안 무분규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가 세계 굴지의 메이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다.
현대차의 파업을 이야기 하며 주된 비교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이 같은 울산에 위치한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 역시 강경 투쟁을 주도하던 곳이지만, 1995년 이후 14년째 무분규를 이어가고 있다. 그 덕에 조선 분야에서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타산지석인 셈이다.
◆해결방법은 ‘노사정’ 상생협력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노조’가 한 뜻으로 연대를 해야 한다. 타협 없이 극한 대립으로 간다면 자멸하게 된다. 노조도 살고 현대차, 나아가 국내 자동차업계는 물론 위기에 놓인 경제도 살리기 위해서는 노조와 기업, 정부의 상생협력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자신을 ‘조합원’이라고 밝힌 이는 노조 게시판에 “의식 좀 바꿔보자. 지금은 고용안정이 우선이니, 좀 양보할 줄도 알고, 그 대신 확실한 고용보장을 쟁취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순서 아닌가?”라며 노조의 파업 강행을 비판했다.
남용우 경총 노사관계대책본부장 역시 “국내 기업의 노조는 양보교섭의 관행 없이 노조 측 입장만 주장해왔다”며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조 역시 양보를 통해 회사 측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