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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자금 부동화, 일본 전철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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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1-2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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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시중자금이 빠르게 단기 동화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과 금융권에 대한 구조조정까지 지연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자칫 부동화 현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우 1990년대부터 10년 넘게 자금 부동화 현상이 심각했다며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은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해야한다고 지적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단기자금운용처인 머니마켓펀드(MMF)의 설정잔액은 2007년 내내 50조 원대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2월 베어스턴스 사태가 촉발되기 한 달 전인 작년 2월 60조 원대로 불었다.

이어 지난해 5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70조 원대로 늘어난 데 이어 금융위기설이 퍼진 같은 해 10월 접어들어서는 다시 10조 원 정도가 불어난 80조원대로 커졌다.

이후 증가폭이 더욱 커지며 올해 1월 8일 현재 100조 원을 넘어섰다.

MMF 설정액은 지난 8일 이후 9거래일 연속 100조 원대 이상이 유지되는 등 고공행진을 거듭해 지난 19일 기준으로 107조6928억 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이는 2007년 말의 46조7390억 원에 비해 무려 130.41%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최근 유입된 MMF 자금은 주로 은행권에서 흘러나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기업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상황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 재무구조 개선에 열중하고 있는 은행들이 기업대출은 꺼린 채 자금을 MMF와 같은 단기금융상품에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시중자금의 부동화와 관련, 1990년대 일본의 자금 흐름이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지적한다.

당시 일본에서는 부동산과 주식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금리도 '제로(0)'금리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경제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거의 10년 가까이 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이 일본투자신탁협회 자료를 인용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일본의 MMF 잔고는 1992년 5월말 현재 1조5137억 엔에 불과했으나 93년 12월 말 현재 11조781억 엔으로 늘었으며 이후 급속도로 규모가 커졌다.

95년 말 12조18억 엔으로 불어난 MMF 잔고는 97년 12월 말 15조3615억엔, 99년 12월 말 16조7908억엔까지 불어났으며 2000년 5월 말에는 무려 21조8973억엔으로까지 커져 최고조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상당 기간 국내 유동성이 특정자산에 정착하지 못하고 불안정하게 움직이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단기부동화가 심화되는 것은 국내 금융권과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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