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들이 내놓고 있는 처방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정부가 녹색산업 중심으로 재정지출을 늘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확대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소비를 늘리겠다는 전략이 그것이다. 우리 정부가 '고용'과 '성장', '경기 회복'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추진키로 한 '녹색뉴딜'사업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전세계 경기부양 해법은 '녹색뉴딜' = 미국 오바마 정부는 오는 2011년까지 3년간 태양열과 풍력 등 친환경 대체에너지산업에 대한 투자를 두 배로 늘리고 향후 10년간 관련 산업에 1500억달러(약 200조원)를 들여 일자리 500만개를 창출해 낸다는 방침이다.
일본 역시 올해 17조엔을 투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오는 2015년까지 녹색산업 시장 규모를 100조엔(약 1405조원) 규모로 확대해 22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도 SOC 건설과 농촌지원 등을 위해 내년까지 4조위안(약 800조원)을 쏟아붓기로 하고 이 중 일부를 환경ㆍ에너지 분야에 사용할 계획이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은 수력과 풍력, 전기차 등 대체에너지산업과 관련한 10개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하고 100억파운드(약 19조65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고 독일도 현재 25만명 수준인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의 고용 규모를 오는 2020년까지 자동차산업 규모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프랑스 역시 2020년까지 녹색산업 육성에 모두 4000억유로(약 711조원)를 투입키로 했다.
세계 주요국들이 잇따라 SOC 투자를 늘리기로 한 것은 SOC 투자에 따른 일자리 창출 및 내수 부양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SOC 투자는 제조업 등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상당하다. 한국은행의 산업연관분석에 따르면 SOC 투자를 1조원 늘리면 고용은 1만8000명, 생산은 2조원 가량 늘어난다.
과거 도로와 항만 등 기반시설 건설에 집중돼 온 SOC 투자가 녹색산업 위주로 전환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에는 경제발전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하드웨어' 건설이 SOC 투자의 핵심 축이었지만 이미 고도 성장기에 들어선 이상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녹색산업은 미래의 신성장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형 녹색뉴딜 핵심은 '4대강 살리기' = 우리 정부도 경제위기 극복방안으로 '녹색뉴딜'사업을 들고 나왔다. 정부는 오는 2012년까지 모두 50조원을 투입해 96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연초 발표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녹색 뉴딜사업 추진방안'에 따르면 이 사업은 기존에 나왔던 녹색성장정책에 일자리 창출을 위한 뉴딜정책이 더해진 것으로 △녹색 사회간접자본(SOC) △저탄소ㆍ고효율 산업기술 △친환경ㆍ녹색생활 등 3개 분야에서 9개 핵심사업과 27개 연계사업이 추진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은 국토해양부가 추진하는 '4대 강 살리기'사업으로 몰린다. 이 사업은 침체의 늪에 빠진 건설경기를 되살리는 것은 물론 지방경제 활성화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4대 강의 수변공간을 친환경적으로 활용해 문화ㆍ레저ㆍ관광을 포괄하는 패키지형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4대 강 정비사업은 녹색성장이라는 정책 목표의 상징사업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건설업계와 지역 주민들도 '4대 강 살리기'사업을 적극 반기고 있다. 지역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건설업의 위상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8개 업종을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경제에서 건설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평균 8.1%로 분석 대상 업종 가운데 3번째로 크다. 특히 전체 고용에 대한 건설업의 비중은 13.0%로 대부분의 지역에서 업종 순위 1~2위를 다툰다.
이와 관련 권오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4대 강 살리기'사업은 전 국토의 약 85%를 차지하는 4대 강 수계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경기활성화 효과가 골고루 미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