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을 추진했다가 무산됐던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넷이 사실상 한 지붕 아래서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직 등은 이미 합병 수준으로 정리됐고, 상근직은 아니지만 현대모비스 김동진 부회장과 정석수 사장은 현대오토넷의 부회장, 사장을 겸직하고 있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5일 “김 부회장과 정 사장에 대해 현대·기아차 그룹에서 지난달 9일 내부 인사발령을 냈다”며 “법인은 다르지만, 업무는 조직적인 면에서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지난 2005년 독일 지멘스(현 VDO 오토모티브)와 공동으로 인수한 현대오토넷은 현재 현대·기아차그룹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달 9일 기준 오토넷 지분은 현대차그룹이 32.41%, 컨티넨탈 오토모티브 게엠베하(VDO 오토모티브와 합병)가 23.50%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모비스나 오토넷 모두 주요 경영진이 변경되는 일임에도 이를 제때에 알리지 않아 주주들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오토넷 관계자는 “이사회 의결 사항도 아니고 대표이사 변경도 아니어서 공시를 낼 성격의 인사가 아니다”라며 “그룹에서 전장사업 방향을 설정하는 차원에서 발령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인사와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두 회사의 합병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7일 현대모비스가 오토넷과의 공식적인 합병을 포기한 것은 지속된 주가 하락이 주요한 원인이었다. 약 3조원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권을 주주들이 행사함에 따라 회사의 과도한 자금 부담이 발생하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두 회사 관계자 역시 “합병문제는 취소가 아닌 연기다. 주식시장이 안정화 되면 다시 추진할 것이다”며 “전장사업 부문에서 모비스와 긴밀한 협조 및 합의를 통해 사업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며 재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최대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모비스는 오토넷과의 합병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불확실성 해소라는 관점에서 보면 긍정적인 요인도 있어 합병 이벤트는 더 이상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김영리 기자 miracl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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