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기업 크게 늘 듯…은행 건전성 악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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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0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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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업 구조조정 작업을 직접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냄에 따라 부실 징후 기업의 퇴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동안 채권단을 이끌어 온 은행권의 경우 급격한 구조조정에 따른 경영 여건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채권단 중심 구조조정 "못 미덥다" =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은행 자율로 진행 중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며 "취임 후 분석 결과를 놓고 다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국내 경제 정책을 총괄할 윤 장관이 현재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 작업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 측 입장을 대변하는 정지원 금융위원회 기업재무개선지원단 국장도 "기업 구조조정은 원칙적으로 채권단이 주도하는 게 맞지만 정책적 고려가 필요할 경우 정부 부처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거들었다.

현재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 중인 건설 및 조선업종은 물론 반도체, 자동차, 해운 등 주요 업종에 대해서도 과잉 투자 여부와 향후 업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수합병(M&A)나 퇴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 과정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은행들이 정부 정책에 비협조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기업대출을 늘리라고 수차례 주문했지만 실제 성과는 미미한 편이며 유동성 지원을 위해 조성키로 한 자본확충펀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독려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국 그동안 쌓여왔던 은행권에 대한 불만이 구조조정 작업으로까지 옮겨붙은 셈이다.

◆ 은행권 구조조정 후폭풍 우려 =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4분기 3000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도 7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급감했다. 그야말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퇴출 기업이 급증할 경우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퇴출 기업에 지원한 대출금이 모두 부실 여신으로 전락하게 되고 이에 따라 엄청난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C&중공업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업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채권 금융기관들이 자금난을 겪게 될 수도 있다.

채권단에 포함된 한 시중은행의 재무 담당자는 "올해 순이익이 지난해보다도 최대 3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영 환경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며 "급격한 구조조정으로 부실 여신까지 크게 늘어나게 되면 자칫 회생 불능 사태로 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한편으로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 건전성 지표를 끌어올리라고 압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퇴출 기업을 늘리라고 주문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이렇게 관치로 돌아갈거면 처음부터 왜 민간 주도로 시작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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