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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블랙홀 우려… 금리인하 속도조절론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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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0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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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를 내리고 유동성을 늘려도 자금경색이 풀리기는 커녕 '유동성블랙홀'에 빠질 우려가 커 금융당국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초단기금융상품에 머무르며 시장을 관망하는 부동자금이 500조원을 넘어서면서 이미 금리정책만으로는 가계와 기업에 약발이 먹히지 않는 유동성함정 초기단계에 들어섰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8일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0.25~0.5%포인트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은은 작년 9월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기준금리를 5.25%에서 2.75%포인트 내린 2.50%로 인하했다. 통상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단기 시장금리 인하와 장기 시장금리 인하를 거쳐 경기하락이 완만해진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양도성예금증서(CD)나 기업어음(CP) 같은 단기 시장금리만 내렸을 뿐 3년만기 회사채(BBB-, 무보증) 금리는 작년 9월 말 10.81%에서 이달 4일 현재 12.46%로 오히려 올랐다. 자금부동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사상 처음으로 110조원을 넘어섰다. 금리정책이 시장에서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한은은 21조원에 달하는 유동성도 총액한도대출 증액과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형태로 시중에 공급했다. 하지만 초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자금이 머물거나 한은과 은행 사이에서만 RP 매매 형태로 움직일 뿐 여전히 실물경제로 돈이 흘러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분석한 결과 은행권 중기대출은 올 1월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순증규모는 최근 5년간 평균 증가액인 3조8000억원을 밑도는 3조1000억원에 그쳤다.

이런 이유로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이상 인하할 경우 유동성함정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 있기 때문에 0.25%포인트 내린 2.25% 수준에서 기준금리가 결정될 것이란 이야기다.

공동락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현재 채권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폭에 대해 0.25%포인트와 0.50%포인트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며 "그러나 파격적인 금리인하보다는 RP매입과 같은 방법으로 선별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기존 펀드를 활용하거나 정책을 통해 돈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경제불황 지속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대폭으로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동환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에 이어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내릴 필요가 있다"며 "금통위가 금리결정 과정에서 참고해 왔던 유럽중앙은행이 최근 금리를 동결했다고 해서 우리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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