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프리워크아웃(Pre-Work-Out)'을 제도화하고 구조조정펀드를 조성하는 내용의 기업 구조조정을 본격화 한다.
새 경제팀은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신속하고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법적, 제도적 장치를 정비할 방침이다.
또 민간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주력 성장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산업정책적 측면의 정부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 프리워크아웃 제도화..구조조정 관련법 손질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은 이달 말까지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가 일시적 유동성 부족 기업(B등급)에 대해서도 이견조정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조정위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에 따라 워크아웃(C등급)을 추진하는 기업의 채무조정과 신규자금 지원에 대해 채권단의 이견이 발생했을 때 조정해주는 권한을 갖고 있다.
새로운 협약이 체결되면 조정위는 채권 금융기관 협의회의 요청을 받아 워크아웃 이전 단계의 기업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과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조정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이 부실해지기 전에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미리 유동성을 공급하는 프리워크아웃 제도화의 기틀이 마련되는 셈이다.
조정위는 선수금환급보증(RG)의 채권금액 인정범위 등 채권단 사이에 이견이 발생하고 있는 부문에 대해서도 이달 말까지 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은행들은 RG 보험도 채권액에 포함해 지원 분담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보험사는 RG 보험을 여신 규모에 모두 반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기촉법에 프리워크아웃을 명문화해 제도적인 뒷받침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도 지난 6일 청문회에서 기업 구조조정은 채권단 중심으로 이뤄져야하지만 선제적 예방 조치를 위한 법률 개정도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윤 내정자는 "제도적 법적 장치가 불미해서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 선제적 대응이 불가능하다면 그 제도는 고쳐야한다"고 밝혔다.
◇ 구조조정펀드 조성..세제혜택도 추진
자금난에 빠진 기업을 살리는 구조조정펀드는 이르면 내달 말쯤 출범한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우선 1천억 원 규모로 사모주식펀드(PEF)를 설립한 뒤 국민연금 등의 기관투자가들을 재무적투자자(LP)로 끌어들여 자금규모를 수조 원대까지 확충한다는 구상이다.
이 펀드는 인수 후 구조조정을 거쳐 비싼 값에 되파는 바이아웃(Buy out) 방식으로 운용된다.
주로 구조조정 대상은 아니지만 유동성 부족으로 경영난에 빠진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기업을 인수해 2~3년 간 경영을 정상화시켜 되파는 방식이다.
산업은행은 콜옵션 등을 부여해 기존 경영진이나 대주주에게 투자 대상기업을 되팔고 경영이익과 매각차익은 펀드투자자에게 배분할 계획이다.
산은 관계자는 "펀드는 소규모라도 일단 이르면 3월 말쯤 출범시킬 계획"이라며 "부실기업 지원이 목적이다 보니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이 쉽지 않지만 일단 소규모로 설립한 뒤 기관투자가들을 접촉해 최대한 자금을 확충해 많은 기업들을 회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차적으로는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나 워크아웃 중인 기업이라도 회생 가능성이 큰 곳도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에는 은행 대출 외에 다른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많다"며 "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을 보완하기 위해 PEF와 부동산투자회사, 펀드 등의 다양한 방안을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비사업용 토지의 범위를 줄여줌으로써 기업의 양도소득세 부담을 완화해 주기로 했다.
정부는 기촉법상 경영정상화계획 약정 등을 맺은 기업이 양도하는 토지,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분양받아 금융위기로 관리기관에 양도한 산업용지, 금융위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고 매각하는 토지 등은 비사업용 토지에서 제외키로 했다.
◇ 부실징후 그룹과는 재무구조개선 약정
새 경제팀은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 기조는 유지하는 대신 산업정책적 측면에서 정부의 역할을 보완할 방침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신임 기관장 인사 자리에서 "새 경제팀이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과 관련해서 보완해야할 방향과 내용을 정하게 될 것"이라며 "산업정책 측면에서 보완해야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권은행들이 재무적 판단에 따라서만 기업의 옥석을 가릴 경우 성장산업을 지원하고 한계업종을 구조조정하려는 정부의 산업정책이 개입할 자리가 없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미 작년 12월24일 국내 실물경제의 급격한 둔화를 방지하고 주력 산업의 성장동력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실물금융종합지원단을 출범시킨 바 있다.
금융당국은 또 채권단으로 하여금 신용공여액이 큰 44개 그룹에 대해 작년 영업 결산자료가 나오는 3월부터 재무상태를 평가해 부실징후가 있는 그룹과는 4~5월에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도록 했다.
주채권은행에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주채무계열의 약식 재무평가 결과를 이달 10일까지 통보하도록 한 데 이은 후속 조치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것으로 평가 받은 그룹은 자금확보를 위한 자구계획안을 주채권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작년에는 43개 주채무계열 기업집단 중 6곳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했지만 올해 경기침체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약정을 체결하는 그룹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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